'바닷가집·들판 영상 볼만'
<그 남자의 책 198쪽>(감독:김정권)은 담담하게 사랑을 이야기 한다. 이별과 이별 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과정을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담았다.

주인공 '은수'(유진)는 바닷가 마을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다. 지루할 수도 있는 반복된 일상을 나름대로 쾌활하게 보낸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엔 얼마전 헤어진 연인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준오'(이동욱)는 이상한 남자다. 마치 깍두기 머리 무리들과 함께 지내는 것처럼 도서관에 올 때면 언제나 검정색 양복 차림이다. 도서관에 등장하는 시간은 백수나 동네 할아버지, 수험생들이 대부분인 한 낮. 한 손엔 언제나 붕대를 감고 있다. 더 이상한 일은 도서관에 있는 책 198쪽을 북 찢어 가져간다는거다.

우연한 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두 사람. 준오가 198쪽에 집착하는 이유를 들은 은수는 그의 헤어진 그녀 '서민경'을 함께 찾아나서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그렇게 그들은 조심스레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둘은 혼자만 앓고 있던 슬픔을 같이 지워나간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사랑처럼 은수와 준오의 감정은 천천히 진행된다. 급하게 치유와 회복을 말하지 않는다. 사랑만으로 넘지 못하는 벽을 설정해두고 그 벽을 허물지 않고 넘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멜로 영화 <동감>과 <바보>를 만들었던 김정권 감독의 작품답게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미스터리 멜로 영화'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전개나 주인공들의 모습은 익숙하다 못해 약간 따분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특히 은수와 준오의 캐릭터는 어디서 본 듯하다. 페트병을 그대로 들고 물을 들이키는 은수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속 심은하를 보는 듯하고 슬픈 눈을 한 준오는 이별한 영화 남자 주인공을 아무나 데리고 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나마 예상을 빗나간 설정이라면 준오의 직업이다.

또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소설 같은 전개와 결말이 아쉬움을 남긴다.

바닷가 2층집에 있는 은수네 집이나 아담한 도서관, 넓은 들판 등 영상은 볼 만하다. 23일 개봉.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