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역사자료전시관
문화원 1층 270㎡ 전시실·2층 40석 영상실 소규모 운영

근·현대 향토유물 총망라 … 등사기 등 옛 학교물품 향수



시흥의 역사는 그 어느 지방도시 못지 않게 길다.

고대(古代) 고구려 때의 장항구현과 통일신라시대 장구군을 시작으로 안산현(고려)·인천부 안산군(조선초기)으로 분류되다 1910년 일제에 의한 을사늑약 이후 시흥군이 안산군과 과천군을 흡수 통합, 70년대 말까지 무려 60여년 동안 도내에서 가장 큰 도시의 지위를 지켰다. 그러나 지난 79년 반월출장소의 개청과 함께 몰아닥친 서울의 팽창과 수도권 도시의 세포분열로 시흥군은 또다시 안산·과천·의왕·영등포·안양시 등으로 핵분열을 통해 '영토(?)'를 나눠주고 남은 소래읍·군자면·수암면을 합해 지금의 아기자기한 '시흥시'를 1989년 탄생시켰다.

시흥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동안 사람이 사는 정주도시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21세기 수도권 제1의 도시를 꿈꾸고 있다.
이렇듯 장구(長久)한 시흥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살펴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을까. 시흥시 능곡동 구석진 곳에 '(공간은) 작지만 (내용은) 꽉찬' 역사의 흔적이 숨쉬고 있다고 해 찾아가 봤다.
능곡동 주변은 온통 새로운 고층 아파트를 짓느라 공사 괭음이 귓전을 때렸다. 그 한켠에 멋 없는 오래된 양옥(洋屋) 한채가 서 있다.

고옥 외벽 상층부에 '시흥문화원'이라는 큼지막한 글귀가 눈에 들어오고 다시 시야를 아래로 두자 (문화원)입구 기둥에 '시흥역사자료전시관(이하 역사전시관)' 현판이 민망하게 매달려 있다.
오랜 시흥의 역사를 모셔(?) 놓은 곳이다. 이곳 역사전시관에서는 시흥 지역 구석구석에서 나온 각종 유물을 비롯, 선조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와 시흥의 근·현대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역사전시관의 규모는 문화원 1층에 자리잡은 270㎡의 전시실과 2층의 영상실(40석)이 전부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역사전시관은 ▲선사(구·신석기)시대 ▲삼국(통일신라)시대 ▲고려·조선시대 ▲시흥의 어제와 오늘 ▲시흥의 인물 ▲엄마, 아빠의 학교생활 등 6개 분야로 분류, 각종 유물 수백여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전시관을 채운 적잖은 유물들은 어디서 얻었으며 가지고 왔을까. 시흥은 긴 역사만큼이나 유적지도 적지 않게 발견될 뿐 아니라 다양한 유물도 출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오이도 선사유적지에서는 빗살무늬 토기 등 46점,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무문토기편 32점 등이 출토돼 관련 학계를 놀라게 했으며 방산동 청자·백자 가마터에서는 57점의 각종 유물들이 쏟아져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역사전시관은 시흥지역에서 발굴, 출토된 이러한 유물들을 소장기관인 서울대학교 박물관이나 경기문화재단, 해강도자미술관 등으로부터 대여받아 주제별로 기획, 전시하고 있다.

역사전시관에 들어서면 맨 먼저 생활유물관을 만나게 된다.
이 곳에는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생활을 해 왔는지를 볼 수 있도록 방의 구조와 그 곳에서 사용되는 각종 도구들이 전시돼 있으며 부엌에는 (부엌)형태와 함께 여러가지 음식조리기구가 실물크기로 전시돼 있다.
마지막 전시관인 엄마·아빠의 학교생활관에는 오래된 등사기·책가방·일명 '변또'라 불리는 도시락·상장과 통신표(성적표) 등 엄마·아빠의 초등학창시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교과서와 학용품 등이 어린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역사전시관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각종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인기있는 분야는 소장 유물을 이용한 '탁본뜨기'와 2층 영상실에서 상영되는 포동 일원 옛 염전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제작 과정을 담은 4단계 디오라마(diorama) 관람 등이다.
역사전시관은 또 소장하고 있는 1천여점의 향토유물을 이용, 어린이들과 요즈음 청소년들이 접하기 어려운 일상(日常)의 생활도구 기획전시 등을 통해 조상들의 지혜를 알리는데도 역점을 두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문화원 관계자가 소장유물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다. 관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문화원(031-317-0827)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향토전시관 명맥 유지 노력 전통문화 정착토록 관심을

 
인터뷰 - 정상종 시흥 문화원장
 
 
- 문화원과 역사전시관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차가운데.

▲능곡지구 개발과 함께 곧 이전을 앞두고 있고 그에 대한 막바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문화원은 그리 오래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지역전통문화 계발과 전승 보전에 기여하며 앞으로도 느리지만 꾸준히 지역사회의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


- 공간 협소로 소장 유물 보존에 문제는 없는지.

▲역사자료전시관과 지하 유물보관실에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항온항습기가 설치돼 있어 급한 문제는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완벽한 유물보존에 어려움이 있어 내년에는 철제생활유물 등 부식에 민감한 유물보존에 필요한 예산을 (시에) 신청했다.


- 역사전시관 확장이전 등 활성화 장기발전계획은.

▲타 시·군에 비해 전시관 시설이 많이 부족하지만 향토전시관으로서의 명맥유지를 위해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연구 및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시나 지역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바로 결과가 보여지는 일회용 상품이 아닌 만큼 올바른 전통문화와 정신문화가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애정과 관심·격려를 당부한다.

/시흥=김신섭기자 blog.itimes.co.kr/s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