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 순례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 순례가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25명의 순례단은 4박 5일 동안 자전거에 의지한 채 교동도, 볼음도, 주문도 등 강화 지역 섬들을 순례했다. 자전거로 달린 구간만 120km. 넓게 펼쳐진 푸른 들판과 시원한 바다 바람이 곧 피로 회복제였다. 특히 순례단은 수도권매립지, 강화조력발전소 건설 예정지 등 환경을 둘러싼 논쟁의 현장을 직접 방문, 문제점을 몸으로 체험했다. 사라져 가는 갯벌을 눈에 새기며, 개발 광풍에 위협받고 있는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가슴에 새기며. 순례단은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글=이재필기자·사진=박영권기자 (블로그)hwonane


▲순례의 시작
2일 오전 9시, 인천시청 앞 광장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자전거를 옆에 끌고 있었다.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 순례 참가자들이었다.
순례단은 모두 25명. 한 시간 가량 자전거 정비를 한 이들은 들뜬 마음을 안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첫 목적지는 서구 수도권 매립지. 서구로 들어서자 트럭들이 자전거 옆으로 먼지를 날리며 달렸다. 청라 지구 개발 현장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두 시간을 달려 수도권 매립지에 도착했다. 더러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에 순례단은 놀라는 듯 했다. 때마침 소풍 온 유치원 아이들이 뒹굴며 뛰노는 모습은 매립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매립지를 떠난 순례단은 다음 목적지인 강화도로 향했다. 50km가 넘는 험난한 여정. 그러나 서구를 지나 김포시로 들어서면서 순례단은 탄성을 질렀다. 눈앞에 펼쳐진 황금 들판과 상쾌한 바람은 피곤을 잊게 했다. 물과 사과를 건네는 시골 인심은 더욱 힘을 솟게 했다.
오후 7시, 첫날 숙소인 신봉 1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다음 날을 기약하며 순례단은 휴식을 취했다.


▲강화조력발전소 건설 예정지를 가다
오전 8시 교동도로 가기 위해 창후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자전거 옆으로 스치는 차가운 아침 공기는 청량음료 같았다.
창후리 선착장 왼편으로 나들섬 예정지인 청주초가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청주초에 인공섬을 만들 계획입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섬을 만들면 물의 흐름이 바뀌겠죠. 그렇다면 당연히 강화 갯벌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저어새 등 갯벌을 먹이터로 이용하는 동식물들이 사라질지 모릅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의 설명에 순례단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교동도에 도착한 순례단은 교동도 죽산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논에서 일을 하던 농부가 손을 흔들었다. 정겹다.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다는 착각이 일정도로.
죽산포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넓게 펼쳐진 갯벌이 순례단을 반겼다. "와 이렇게 넓은 갯벌은 처음 봐요. 기분이 새롭네요." 부드러운 갯벌을 맨발로 느끼며 순례단은 미소 지었다.
"이곳은 강화조력 발전소 건설 예정지입니다. 오른쪽으로 서검도, 왼쪽으로 석모도가 보이시죠. 강화본도와 함께 이 지역을 잇는 방조제가 쌓일 겁니다. 물의 흐름은 막혀 이곳 죽산포 갯벌은 아마 육지로 변하게 될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밟고 있는 갯벌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장 국장의 설명을 듣고 난 순례단은 숙연해졌다.


▲외로운 섬 볼음도
셋째날, 순례단은 볼음도로 향했다. 볼음도에 도착하니 선착장 맞은편 수리봉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이곳에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욕망은 수리봉에서 저어새를 내쫓고 말았다.
"갈매기 알이 몸에 좋다는 말에 사람들이 수리봉에서 저어새 알을 가져갔어요. 지난해 둥지가 7개나 발견됐지만 올해는 다 사라졌습니다."
수리봉을 뒤로 한 채 순례단은 숙소인 볼음도 마을회관을 찾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만해요." 주민들의 환대에 순례단은 넉넉한 시골인심을 느꼈다.
이날 저녁 볼음도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내 나이가 올해 57인데 이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어려. 젊은 사람들은 다 도시로 떠났지. 젊은 사람들이 다시 섬으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주민 오형단 씨의 말이다.
전체 인구가 200명도 채 안 된다는 오 씨의 말에서 외로움이 묻어났다. 볼음도는 현재 젊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안학교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볼음도와 대안학교를 잘 조합하면 젊은 층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수입 창출원 부족, 예산확보 등 문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마지막 밤
넷째날, 순례단은 주문도를 찾았다. 이날 순례단의 목표는 해변 쓰레기 청소. 순례단은 대빈창 해수욕장을 누비며 쓰레기를 주웠다. 한 시간 가량 주운 쓰레기만 40kg짜리 쌀 포대로 25개가 나왔다.
"쓰레기를 이렇게 함부로 버리지 않으면 일부러 줍지 않아도 될 텐데." 박나운(이화여대 3년·22) 씨는 말했다.
저녁 주문도로 귀농한 박성룡(48) 씨를 만났다.
"환경 운동을 하는 분들의 지식과 잣대는 주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습니다. 이 지역 주민 92%가 조력 발전 건설을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장 단편적이 예가되겠지요. 주민의 입장에서 '왜 이들이 찬성을 하는지'를 생각하고 다가가야 합니다."
박 씨의 따끔한 충고와 함께 순례 마지막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갯벌 훼손 위기 … 마음아파"
 
● 인터뷰 / 이화여대 김지은씨

"갯벌이 항상 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전거로 떠나는 인천 섬 순례에 참여한 김지은(이화여대 4년·24)씨의 소감이다. 김씨는 이번 순례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갯벌 체험을 꼽았다. 발에 부드럽게 감기는 갯벌의 감촉을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꼭 딴 세상에 온 것 같았어요. 직접 갯벌을 밟고 물고기도 잡고. '이것이 갯벌이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더군요." 갯벌을 직접 접하고 나니 김씨는 안타까운 마음을 느꼈다. 인천시에서 강화조력발전소 건설을 추진, 강화 갯벌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력 발전소 건설과 갯벌 훼손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식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죠. 그런데 갯벌을 보고나니 가슴 한편이 막막해져 오네요."

김씨는 지금과 달리 인천 갯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작지만 갯벌을 지키기 위한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고민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발이 불가피 하다면 환경 파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갯벌은 그 누구의 소유가 아닌 우리 모두의 것 입니다."
 
/이재필기자 (블로그)hwon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