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실에서 ▧
공기업 문제가 불거질 때면 인천사회에서 회자되는 단어중 하나가 '에스피씨(SPC)'이다. 특수목적법인의 영문약자인 이 단어는 지난주초 감사원의 지방공기업 감사가 시작되자 예외없이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진행된 본보 취재결과는 한마디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속담을 확인시켜 줬다.

시와 산하 공기업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은 모두 9개이다. 설립목적도 시 역점사업과 관련돼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정작 시 공기업팀은 법인이 언제 설립됐는지, 시와 산하 공기업들이 자본금을 얼마나 냈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파악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인과 출자공기업을 통해 확인된 내용도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특수목적법인 9개의 설립이 2006년10월부터 올 6월까지 1년8개월 사이에 집중돼 있다.

도시개발공사 등 4개 공사가 한 출자도 자신의 설립목적과 맞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151층 인천타워 건립을 위한 설계법인에 지하철공사와 교통공사가, 물류복합단지 조성사업과 연세대송도캠퍼스 개발사업에 관광공사와 교통공사가, 인천타이거항공에 도개공이 출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다 보니 출자법인의 자본금을 모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교통공사는 인천타이거항공 특수목적법인 설립자본금을 10억원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 등기상 자본금은 9억8천만원으로 돼 있다. 투자가 전문성보다 다른 변수에 의해 결정됐다는 의혹을 가질 만하다.

문제는 사정이 이런 데도 시의회로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현행법상 공기업이 출자한 법인에 대해선 시의회에 감사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시는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관련, 수익사업을 위한 것이라 변명하고 있다. 허나 시가 송도신도시내 아트센터 건립목적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데 비해 남동구는 천주교인천교구청의 아트센터 설립계획을 허가해주고 기부채납을 받기로 한 것은 비교가 된다. 이는 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전체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 관계자들은 특수목적법인에 대해 대답을 회피하고 공론화장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외부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민 입장에서 분명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자정(自靜) 능력이 없는 데야 어찌하겠는가. 시의회가 손을 놓고 있다면 감사원 감사에 한 가닥 희망이라도 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김홍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