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소외지역 시설·마을회관 방문 작품성 있는 방화·다큐·애니 상영
영화가 동네를 찾아간다. 거대한 멀티플랙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쿵쾅거리는 영화가 아닌 우리 동네 분위기와 딱 들어맞는 훈훈한 영화들이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 주안영상미디어센터는 영화진흥위원회 사업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영화관'을 진행한다.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영화들을 가지고 도서지역 등 문화 소외지역과 지역 아동 시설, 마을회관 등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상영을 원하는 단체나 기관은 주안영상미디어센터로 신청하면 된다. 영화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현재 동구 배다리, 새빛행복한홈스쿨 등 20여 곳이 찾아가는 영화관에 문을 두드렸다.
영화 상영을 원하는 이들에게 주안영상미디어센터가 계획 중인 영화 중 몇 편을 골라 소개한다.

▲삼등과장(감독:이봉래)
바람피는 남편과 아내는 세상이 아무리 달라도 흥미로운 영화 소재다.
이 작품은 삼천리운수주식회가 동부사업소 송전무와 내연녀 명옥, 이를 묵인해주고 명옥이 가게를 차리도록 도와준 대가로 승진하게 된 구소장, 송전무의 외도를 알아차린 신입사원 영희가 벌이는 이야기다.
1961년 작품으로 도금봉과 김희갑, 윤인자 등의 옛 모습을 보는 재미가 더해지는 영화.

▲박서방(감독:강대진)
무식하고 고집이 센 박서방은 연탄아궁이를 수리하는 일을 한다. 그는 두 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놈들이랑 만나는 게 영 못마땅하다. 큰 아들이 결혼 뒤 외국으로 떠나게 되자 괜한 고집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박서방은 딸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송환(감독:김동원)
이제는 원하는 곳으로 떠난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으로 떠나기 전까지 생활을 담담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1992년 비전향장기수 조창손 씨와 김석형 씨를 처음 만난 감독은 그들과 한 동네에서 지내며 일상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는다. 이들이 고문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전향하고 만 진태윤 씨와 김영식 씨를 만나 서로가 안고 있는 아픔을 나누는 모습, 1999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송환 운동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급물살을 타면서 빠르게 진행되자 남은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갈등, 2000년 9월2일 북으로 떠나는 이들을 꾸밈없이 그려낸다.

▲우리는 액션배우다(감독:정병길)
2004년 서울액션스쿨 8기 오디션에서 36명이 합격했다. 매일 이어지는 강행군에 한달도 지나지 않아 10명이 포기하고 만다. 수료 한 달 전에 남은 사람은 모두 15명. 오로지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스턴트맨 세계에 뛰어든 이들을 따라간다.
아들이 나온 단 한 장면을 보고 흐뭇해하는 한 액션 배우의 부모, 잘생긴 액션배우, 발차기를 잘하는 배우 박신양 때문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이, 이소룡처럼 되고 싶다는 배우. 그들의 땀냄새나는 세계로 들어가보자.

▲은하해방전선(감독:윤성호)
연애, 영화 모두 자신있다며 떠벌리지만 실제로는 서툴기만한 감독 영재가 사랑과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 실어증을 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언제나 그의 옆에 있던 여자친구 은하가 떠나고 영화 시나리오는 제자리 걸음이다. 상황은 점점 암울해지고 결국엔 실어증에 걸리고 만다. 영화사 대표는 영재가 하고 있던 일을 몽골 쌍둥이 감독들에게 넘기고 싶어하는 눈치다. 꼬여만가는 현실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한국독립단편 영화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단편 영화도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수진 감독의 <적의 사과>는 막다른 골목에서 대오에서 이탈한 노동자와 이를 막아야하는 전투의경이 대치하는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사라져버린 친구 웅이의 비밀을 알게 된 천진한 아이 소라의 이야기를 하는 이하송 감독이 만든 <웅이 이야기>와 상대 조직과의 싸움에서 패한 조폭 두목 정태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권혁재의 <호랑이라 불리우는 사나이>, 2008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소개됐던 <무림일검의 사생활>, 방은진 감독의 <날아간 뻥튀기> 등이 준비돼 있다.

▲애니메이션
미국 드림웍스나 월트디즈니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만 재미있는게 아니다. 색다른 애니메이션을 만나보자.
책 읽기를 좋아하는 꼬마뱀 가브리엘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그'와 친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하는 <눈 나쁜 꼬마 방울뱀 이야기>(감독:애냐 자빈)와 러시아 우화를 바탕으로 만든 <말괄량이 지하르카>(감독:올레그 우지노프), 북극 얼음이 녹아 대부분 육지가 돼 버린 지구에서 마지막 얼음 조각을 타고 여행을 하던 곰이 노인을 만나 함께 떠나는 <곰과 노인과 바다>(감독:홍대영) 등이 상영을 기다린다.
또 고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랑 단 둘이 살아온 고은이 결혼을 하면서 딸과 아버지의 감정을 담은 <2-1=4>(감독:이광욱), 뾰족한 세상 끝에 서 있는 집이 등장하는 <지구의 끝자락>(감독:콘스탄틴 브론지)도 볼만 한 작품이다. 032-872-2622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