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자 재교육·간호학과 증원 등 대책 마련 시급
우리나라는 활동 간호사 수가 매우 부족하다.

매년 1만여 명의 학생들이 간호대를 졸업하고 있지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바람에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3교대라는 힘든 근무환경에 비해 보수와 복지수준이 열악한 점과 여성들의 출산·육아 역시 간호 인력 감소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일을 하지 않는 유휴간호사는 인천지역에만 3천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의료계를 떠난 이들을 다시 현업으로 돌려 보내기 위한 움직임이 전국에서 일고 있다. 간호 인력의 실태와 유휴 간호사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 짚어 본다.


▲간호 인력 실태

간호사들이 부족한데도 자격증을 가진 많은 간호사들은 일하고 싶어도 쉬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간호협회가 '유휴 간호사' 1천400명에게 물어보니 68%는 취업을 희망했다.

이들이 모두 간호사로 일하면 활동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근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간호사 인력 및 병상수를 살펴보면(표 참조) 한국의 인구 1천명 당 활동 간호사는 평균 9.7명에 못 미치는 4.0명이다. 인구 1천명 당 병상수는 평균 5.5개를 초과한 8.8개다.

간호 인력 부족현상은 심각하지만 면허를 갖고도 활동하지 않는 간호사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한간호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간호사 면허소지자는 모두 23만7천여 명이나 실제로 각종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는 13만여 명에 불과하다.

이 같이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수와 복지 수준에 따라 병원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수도권 대학병원은 신규 간호사의 연봉이 2천600만원~3천400만원인데 비해 지방 중소병원은 1천300만원~1천900만원 수준이다.

힘든 3교대 근무와 출산·육아 문제도 이들의 취업을 가로 막는 요인이다.

간호협회와 병원노동조합이 보수와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병원 사용자들은 간호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려 신규 간호사 수를 늘리자고 주장한다. 간호조무사의 적극 고용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은 처우개선이 없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 인력 부족 현상 더 심해진다

요즘 병원에 입원하면 의료진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간호 인력 부족은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간호 인력이 적으면 환자 만족도 감소는 물론이고 욕창 발생, 낙상, 투약 오류 등 의료사고 가능성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병원들이 병상 수는 늘리면서 간호 인력 채용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간호 인력 부족의 한 원인이다.
지난 1999~2006년 병상수는 58.8% 늘었는데 간호사 수는 42.5% 늘어 나는데 그쳤다.

간호사 한명 당 병상 수도 1999년 3.72개에서 2006년 4.14개로 7년 만에 11.3% 늘었다.

앞으로 수도권 지역에 대형 병원들이 병상 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어서 간호사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병상 증설 계획을 갖고 있는 서울의 세브란스·고려대·중앙대 병원 등이 내년까지 약 3천 병상을 늘린다. 경기도는 3년안에 5천여 병상이 늘 전망이다.

특히 대형 병원이 인천 송도와 청라지역에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어서 간호 인력 부족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톨릭대 성모자애병원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1천병상 규모로 문을 열고, 다른 지역에 추가로 800병상을 늘린다. 인하대병원도 1천200병상을 추가로 증설하면서 전체적으로 1천200여 명의 간호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은 인하대와 카톨릭대 등에서 간호사를 배출하고 있으나 대부분 보수와 근무여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가고 다른지역의 졸업생도 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이에 중·소병원 특히 100병상 이하의 병원은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출산과 육아,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늘고 있는데다 한 해 졸업하는 간호사가 1만여 명인 반면 각 대형병원에서 1천여 명에 가까운 간호사를 미리 채용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장기요양보험제도 및 차등 의료수가제 시행, 방문간호 확대 등으로 간호사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간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타 지역의 움직임을 토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간호 인력 부족 심화는 지역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저하시켜 수도권으로 환자유출은 물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관광 활성화에도 타격을 준다.

인천보다 상황이 심각한 부산시는 이달부터 유휴 간호사를 재교육시켜 병원으로 돌려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지역 대학의 간호학과 증원을 요청했다.

부산시의 유휴 간호사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다른 나라 평균인 2~3%보다 10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부산시는 유휴 인력을 재교육해 병원으로 돌려 보내는 게 간호사 부족현상을 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판단, 부산시간호사회와 공동으로 '유휴간호사 재교육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재교육은 약 3개월간 일정으로 진행되며 기초교육 3주, 전공교육 10주, 병원실습 1주 등 총 110시간에 걸쳐 실시한다. 재교육에 필요한 경비는 부산시가 예산으로 지원한다.

프로그램은 유휴 간호사의 경력단절 극복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기초·전공능력 함양과 보건의료 환경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부산시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고 차등 수가제, 사업장 방문 간호의 확대와 양산 부산대병원, 인제대 해운대 백병원 개원 예정 등으로 지역 내 간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숙련된 간호사 인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어려워 재교육 과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와 간호사회는 이들이 기초 및 전공 과목과 병원실습 등 4개월여 과정의 교육을 이수할 경우 의료기관에 취업을 100% 알선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또 교육과학기술부에 지역 간호학과의 정원 증가도 요청했다.

한편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대한병원협회는 오는 3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의료인력 활용 정책토론회'를 열고 세부 추진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병원협회는 최근 국회 변웅전 보건복지가족위원장으로부터 의료인력의 활용과 관련, 의료인력난 전반에 대한 대책수립을 목표로 한 공동 정책토론회 개최를 제안받은 뒤 인력수급 대책을 정부에 강력 촉구하기로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의료인력 수급 현황과 대책에 관한 주제발표에 이어 병원협회, 의료협회, 간호협회 등 의료계 단체와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가족부, 시민단체, 언론의 의견도 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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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하루
 
혼자서 환자 50~60명 상태 체크 - 쉴틈없는 8시간
 
3교대를 하는 간호사의 하루는 눈코뜰새없이 지나간다.

8시간씩 나눠 환자를 돌보는 3교대는 아침 근무가 오전 7시 30분~오후 3시 30분, 저녁근무가 오후 2시 30분~오후 10시 30분이다. 밤 근무는 오후 9시 30분~그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이어진다.

특히 밤 근무자와 오전 근무자 사이의 인수인계는 밤 사이의 환자 기록을 넘겨주고 오전 회진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간호사의 하루 일과는 환자들이 식사하는 시간인 오전 7~8시 환자기록을 인수인계 받으면서 시작한다.

이들은 식사를 마친 환자를 상대로 약물투약(주사)과 약을 배분하는 라운딩을 하는데 대개 1병동에 50~60명의 환자들이 있다. 환자마다 일일이 주사 투약 여부와 발열, 적정 체온 상태, 수술부위 이상 여부 등을 체크한다.

그 뒤 담당 의사와 함께 회진을 돌고, 처방에 따라 주사와 약을 차트를 보며 확인한 뒤 처방에 따라 오후 투약을 준비한다.

뿐만아니라 간호사는 주어진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진료실에 들어가 환자 진료를 챙겨야 하고 검사실과 수술실에도 들어가야 한다.

환자 진료가 많은 오전·오후가 지나 밤이 되도 이들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갑자기 열이 나는 환자와 팔이 붓는 환자 등 쉴 새없이 울리는 호출에 따라 병실을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된다.

대한간호사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간호사가 불친절하다고 불평한다"며 "간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와 근무 여건 등을 고려해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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