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대청도
송홍선 박사의 외래 귀화식물 이야기
 
"우리땅에 자라지 않는 외래식물이 어떤 매개체에 의해 들어와서 자생"
 
지구상의 식물은 자연적인 분포지역을 가진다. 각각의 식물은 생태적인 적응지역의 일부를 차지한다. 그러나 식물은 해양, 산맥, 건조지대로 자연이동이나 매개체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침입해 정착할 수도 있다. 생육지역이 넓어지는 셈이다. 이는 식물이 가지고 있는 분포확대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정식물은 배 등의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생육지역이 넓어졌다. 뿐만 아니라 농경지의 인위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도시생활권이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분포지역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간의 여러 활동으로 인한 인위적인 요소로 본래의 생육지역과는 지리상 동떨어진 곳으로 운반이나 이동돼 그곳에서 자연스런 분포지역을 확립한 식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식물을 우리는 흔히 귀화식물이라 부른다. 한반도에 한정해 정의해 볼 경우의 귀화식물은 원래 우리 땅에 자라지 않던 외래식물이 어떤 매개체에 의해 들어와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식물이다.

그렇다면 귀화식물은 다음과 같은 2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것의 하나는 반드시 외국식물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외국에서 들어온 벼, 보리, 밀, 무 등의 농작물이나 백합, 튤립, 달리아 등의 원예식물 등은 귀화식물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런 식물은 인간의 생산활동에 의해 어떤 지역에서 다른 어떤 지역으로 이동해 살아가는 식물이지만 인간이 가꾸지 않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분포지역을 넓힐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외래 귀화식물의 토끼풀과 개비름은 목초와 식용을 위해 도입됐으나 자생의 번식능력을 가진다. 이 식물은 후자의 귀화식물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문제는 도입방법이다. 도입은 인위적 방법과 자연적 방법이 있다. 인위적 방법은 어저귀, 쪽 등과 같이 섬유용이나 염료용 등 어떤 목적으로 들어오거나 돼지풀 등과 같이 인간의 왕래와 화물의 수출입 등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이다. 또한 자연적 방법은 바람, 해류, 철새 등에 의해 도입되는 경우이다.

예전에는 자연적 방법으로 들어온 식물을 귀화식물이라 하지 않았다. 예컨대 바닷물에 의해 씨가 운반돼 정착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의 문주란이 그것이다. 그러나 귀화식물은 어떤 것이 인위적이고 어떤 것이 자연적인 방법으로 도입된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없지 않다.

따라서 도입방법은 귀화식물 충족조건에서 제외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다. 적어도 한반도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의 침입식물은 도입방법과 상관없이 모두 외래 귀화식물로 여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런 식물이 서해 백령도의 사곶해수욕장에서 발견되고 있다. 필자가 2000년 초에 발견한 창칼싱아가 그것이다. 이 식물이 중국에서 들어 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추정의 이유는 여기에서 따질 바가 아니기에 장황하게 나열하고 싶지 않다. 창칼싱아를 귀화식물의 범주에 포함하고자 하는 마음만 한결같다. 이는 필자가 인천의 외래 귀화식물을 조사하고 있음에 즈음해 그 마음이 무척 강한 탓일까.


▲서해 최북단 섬에 도깨비가지가 퍼진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외래귀화식물 도깨비가지와 가식박, 대청가시풀이 넓게 퍼지고 있다. 백령도에는 현재 백령풀, 긴까락빕새귀리, 난쟁이아욱, 도깨비가지, 가시박 등 총 90여 종의 외래귀화식물이 크게 퍼지고 있다.

특히 생육 면적을 급속하게 넓히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귀화식물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해식물인 도깨비가지와 가시박은 백령도 전역을 뒤덮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깨비가지는 인천 등 중부지역에서 드물게 분포하는데 백령도에서는 특이하게 군락을 이루며 자생종을위협하고 있다.

백령도의 산지 식물상은 한반도 중부지역과 유사하다. 진촌리 부근 야산의 식물상은 소나무, 곰솔 등 침엽수가 우세하며, 소사나무와 참나무류의 낙엽활엽수도 혼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콩돌해안에는 자생종인 순비기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갯메꽃, 장구밥나무, 세잎꿩의비름, 사철쑥 등이 많이 자란다. 하지만 콩돌해안 인근의 제방에는 귀화식물의 침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백령도 연화리 중화동교회의 노수거목으로 무궁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무궁화나무는 식재된 것 중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다.

두무진 해안의 산지에는 곰솔, 소사나무, 떡갈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해안바위에는 해국, 담쟁이덩굴, 대나물 등이 자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청도에서는 대청가시풀, 삼(대마), 구주개밀, 둥근잎나팔꽃, 들묵새 등 총 80여 종의 외래귀화식물이 관찰됐다.

특히 대청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외래귀화식물인 대청가시풀이 해안사구가 발달한 옥죽동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청도 사탄동 산기슭에는 동백나무 1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동백나무는 천연기념물 66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방목된 염소가 동백나무 군락지를 훼손하고 있어 그 피해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대청리 옥죽동 입구에는 산림유전자보호림인 적송 50그루가 넓게 자생하고 있다.

수령은 100여 년이 됐으며, 둘레는 2m, 높이는 10m가 넘는다. 여기까지는 아직 위해 외래귀화식물이 퍼지지 않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백령도와 대청도의 외래귀화식물은 총 130여 종으로 인천 전체의 약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백령도와 대청도는 과거 고려와 조선시대때 중국과의 교역의 요충지였다.

이에 외래귀화식물 도입과 해외 교역이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인천일보, 민속식물연구소, 인천녹색연합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최초로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외래귀화식물 조사를 실시했다.

/글=노형래기자 ·사진=박영권기자 (블로그)trueye


가시박 박과
북미 원산의 한해살이풀이다. 길이는 4~8m이다. 줄기는 덩굴로 자라며 털이 있고 덩굴손이 있다. 잎몸은 둥그스름하다. 꽃은 6~9월에 황백색이나 녹백색으로 핀다. 꽃자루는 수꽃이 암꽃보다 길다. 열매는 3~10개가 모여 달리며 각각의 열매는 긴길둥근꼴이고 8~10월에 익으며 가시가 많다.

도깨비가지 가지과
북미 원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50cm 정도이다. 가지와 잎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잎몸은 달걀꼴이고 잎가장자리가 물결모양이다. 꽃은 6∼9월에 백자색으로 피며 3∼10개가 모여 달린다. 열매는 둥근꼴이고 10월에 주황색으로 익는다.

나도바랭이 벼과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한해살이풀이다. 높이는 20~50cm이다. 줄기는 비스듬히 선다. 잎몸은 줄꼴이다. 꽃은 7∼8월에 황갈색으로 핀다. 꽃차례는 4~10개의 꽃가지가 모여 나며 작은이삭이 각 꽃가지에 2열로 달린다.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자주개자리 콩과
유럽 원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40~100cm이다. 잎은 3개의 작은잎으로 이뤄지고, 작은잎의 잎몸은 거꿀달걀꼴이다. 꽃은 5~7월에 보통 홍자색으로 피며, 나비모양이고 5~30개가 모여 달린다. 열매는 편평한 둥근꼴이고 나사처럼 말리며 털과 가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