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증권시장에 떠도는 악성 루머를 차단하기 위해 일제 단속에 돌입한 것을 계기로 공매도를 주도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언비어 확산의 진원지로 의심받고 있다.

   실제 금감원 관계자는 4일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세력과 공매도의 연계성을 조사할 방침이다"며 외국인투자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음을 시사했다.

금융당국과 시장이 외국인 동향에 주목하는 것은 과거 행적이 석연찮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올해 초 조선주의 갑작스런 급락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증시의 관심권으로 자리 잡았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공매도 세력이 주가를 악의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 루머를 퍼뜨린다'는 소문이 증시에서 퍼져나갔던 것.

   공매도는 증권예탁결제원 등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 하락을 예상한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미리 팔아놓고 주가가 내리면 싸게 사 갚을 수 있어 흐름을 잘 타면 거액을 챙길 수 있다.

   실제 공매도 세력이 이용하는 대차거래 잔고는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 1,500선이 깨지기 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악성 루머 이전의 해당 종목에 공매도가 대폭 늘어났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의심받을 수 있는 정황은 충분한 셈이다.

   지난달에는 증권가의 한 메신저를 통해 `홍콩 외국인들이 D사, H사, M사, 건설주 등의 대차물량을 많이 구하러 다닌다'는 쪽지가 돌았고, 이 영향으로 해당 종목은 된서리를 맞았다.

   이 때도 증시에서는 '이 쪽지를 돌린 세력은 분명 D사 등을 공매도하거나 대차거래한 후 해당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큰 이익을 챙기기만을 기다리는 세력일 것이다'라는 추정이 제기됐다.

   하이닉스와 LG전자는 이런 음해성 루머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종목으로 분류된다.

   하이닉스의 경우 '전환사채(CB) 추가 발행이 자금 위기 때문이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6월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 시기를 전후해 누적 공매도가 가장 많았다.

   LG전자도 '영업이익률 8%'라는 악성 루머가 1일 돌았고, 그 전까지 보름 새 공매도 상위 종목 3위에 올랐다.

   유동성 루머에 휩싸인 금호와 두산그룹도 악소문이 터져나온 날 공매도가 대폭 늘어났다.

   해당 그룹은 한결 같이 "악성 루머에 대해 공매도 세력이 뒤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명을 내놨다.

   루머와 공매도를 연결시키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기관투자자마저 해당 종목을 등지면서 악성 루머의 폭발력이 더 커졌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포트폴리오에 루머에 휩싸인 종목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며 "헤지펀드가 아닌 이상 대외적으로 포트폴리오에 그런 종목이 있어 수익률이 부진하다는 말이 나오면 거의 옷 벗어야 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한 증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공매도 한 물량이 어마어마한데 이 물량은 되사서 갚아야 하는 빚이다"며 "해당 종목을 최대한 내려 놓고 청산 하기 위해 '위기설' 등을 그럴 듯하게 포장했다"고 비난했다.

   종목 투자자와 해당 기업은 피멍이 들었는데도 외국인들이 공매도를 위해 악성 루머를 퍼뜨렸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과거에도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작전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허위 정보를 유포했지만, 적발되거나 처벌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루머를 자칫 맹신하다가는 이를 악용하는 공매도 세력 등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