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과 국내외 경기침체 우려 등이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되자 정부가 투자 심리 안정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제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상황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로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며 "9월 경제위기설은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환율이 오르고 국제수지와 경기가 나쁘고 주가가 빠지는 과정에서 위기설이 확장된 것으로 본다"며 "현재는 조정 국면이라고 생각하며 경제 위기를 불러오지 않을 것"이라고 위기설을 일축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9월 이후 경상수지가 좋아지고 외국인 증시 매도세도 악화되지 않는다면 외환 수급사정은 중장기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시장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보는 "(9월 위기설을 불러온) 만기도래 채권은 국내 채권으로 전부 다 빠져나가도 외환시장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면서 "채권 만기가 허구라는 게 밝혀지면 시장이 상당히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1,140원을 넘어선 데 이어 1,150원 선도 돌파하자 잇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외환시장의 공황상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2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풀었다.

   금융감독원은 증시 불안이 위기설을 조장하는 자료의 유포나 특정 기업에 대한 음해성 루머로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증시에 도는 악성 루머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섰다.

   송경철 금감원 부원장은 "시장의 자정 기능도 중요하지만 일부 악성루머로 인해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시장이 혼탁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메랄 카라슐루 IMF 한국사무소장은 한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과장됐다고 우려하고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가 다소 적자로 돌아서고 원화 가치가 상당히 하락했으나 이 현상은 주로 높은 국제유가로 인한 어려운 국제상황과 교역조건의 현저한 악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지난 97년의 상황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는 이날 정기 회의를 갖고 9월 위기설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의견을 모으고 각종 금융.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으나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4.50원 급등한 1,148.5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3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기관 투자자의 매수에 힘입어 이틀 간의 폭락세가 진정되며 전날보다 19.75포인트(1.40%) 오른 1,426.89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8.23포인트(1.97%) 상승한 426.37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