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인기 원작만화 영화화
모 통신사 광고 한 토막. "우리 아들 커서 뭐 될래?" "대통령!"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들은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아간다. 그리고 로봇 태권V가 나타나 세계를 악에게서 구해줄거란 꿈은 더이상 꾸지 않는다. 대신 '왜 만날 똑같은거야'라며 겨우 살아갈 뿐이다. 어릴땐 하루하루가 그렇게 즐거웠는데 말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20세기 소년-제 1장 강림>(감독:츠츠미 유키히코)은 잊어버렸던 12살적 꿈을 이야기한다.

1997년. 도쿄 동네 편의점 점장 켄지는 평범한 30대다. 갑자기 누나가 떠맡기고 간 갓난아이를 기르며 홀어머니와 가게를 꾸려가고 있다. 어느날 단골로 술을 사가던 손님이 가족과 함께 실종됐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빈병을 가지러 간 그 집엔 낯설지 않은 표시 하나가 그려져있다. 다음날 열린 동창회에서 '친구'라는 조직이 활개치고 있다는 소문이 오가고, 단골 손님집에서 봤던 표시를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발견한다.
 
 갑자기 벌어지는 이상한 사건들. 켄지는 그 표시가 20여 년 전 지구를 지키겠다며 친구들과 만든 '비밀결사대' 심볼마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조직 '친구'가 연관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표시를 알고 있는 동창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들은 옛 기억을 하나씩 되살린다.

영화는 30대 중반을 꿈꾸기엔 늦었지만 아직은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가 남아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원작 만화는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본격 공상과학 모험만화'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만화 잡지 <빅 코믹 스프리츠>에 연재된 작품으로 <20세기 소년> 22권과 <21세기 소년> 상, 하권으로 끝을 맺었다.

전세계에서 2천만부 이상 팔려나간 이 인기 만화를 영상으로 감상한다는 데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1편은 만화책 1권부터 6권까지 내용을 중요한 에피소드 몇 가지를 엮어 만들었다. 만화책에서 나온 대사나 설정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왔다. 만화 속에서 자세히 설명했던 부분은 회상같은 형식을 빌려 짧게 다루는 등 원작을 충실하게 따른다. 1960년대 후반 데뷔한 그룹 'T.REX'의 동명 노래 <20세기 소년>과 '밥 딜런'의 <라이크 어 롤링 스톤> 등 1960년대 후반~70년대 유행했던 팝송이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내용이 방대한 만큼 시간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영화에 이를 모두 넣기에는 벅차다. 그래서인지 만화책을 본 이들에겐 지루함을, 보지 않은 이들은 빠른 전개가 영화를 보는 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영화가 끝난 뒤 마치 드라마처럼 2편 예고편이 흐른다. 2편은 내년 1월 개봉 예정이다. 12세. 9월11일 개봉.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