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72) 총리가 1일 전격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후쿠다 총리는 이날 밤 9시 30분 총리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달 하순 소집 예정인 중요한 임시국회 등을 앞두고 "새로운 체제 하에서 정책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사임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후쿠다 총리는 "정치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금이 물러날 때로 생각했다"면서 아소 다로(麻生太郞.67) 간사장에게 후임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출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26일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취임한 후쿠다 총리는 이로써 약 11개월 만에 퇴진하게 됐다.

   후쿠다 총리의 퇴진 표명으로 자민당은 조기에 총재선거를 실시, 후임 총리를 선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총리는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의 선거에 대비해 중의원 해산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 자민당 총재이자 총리에는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아소 간사장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아소 간사장은 지난해 후쿠다 총리와 총재선거에서 경합했으나 막판 당내 주요 파벌들의 지지가 후쿠다 후보쪽으로 쏠리면서 낙선했었다.

   후쿠다 총리는 취임 후 국민연금과 정치자금 문제 등 잇따라 불거진 각종 악재로 인한 저조한 내각 지지율과 야당이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는 참의원 문제로 인한 국정혼란 등으로 시종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 7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개최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지난달 대폭적인 당정 개편으로 지지율 만회를 노렸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차기 중의원 선거 등을 고려,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에서는 후쿠다 내각의 저조한 지지율로 인해 "후쿠다 총리로서는 차기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돼 왔다. 이에 따라 후쿠다 총리는 여당의 참패를 막기 위해 스스로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고 퇴진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는 아베 총리에 이어 총리가 2대 연속으로 "무책임하게 총리직을 던져버렸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정권을 갑작스럽게 내던진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자민당은 이제 정권 담당 능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며 조기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를 촉구했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도 "자민.공명 연립정치는 막다른 곳까지 왔다. 사임 이유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보다도 더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