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는 철군을 해야 하는가
막사로 가는 길은 정감이 넘치도록 만들어 놓았다.
현재 일본은 자위대에서 파견한 수송기 3대와 200명의 병력이 쿠웨이트에 주둔하면서 이라크와 쿠웨이트지역의 수송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이라크에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오직 석유 때문이다.

자이툰부대가 4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면서 탄탄한 거점을 확보했다는 것은 국방외교의 성공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 결과는 적극적인 대민사업과 아르빌시민이 필요한 모든 것을 혼신을 다해 챙겨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치안을 비롯해서 새마을운동, 의료지원, 문맹자교실, 스포츠·문화교류. 기술교육, 재건지원을 통해서 한국군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전 세계 산유국 중 석유매장량 2위인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가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기회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자이툰부대가 자리 잡고 있는 아르빌시 인근에는 '이라크 전체 석유매장량의 40%'가 매장되어있다고 한다. 아르빌시민들은 한국군에게 만큼은 매우 우호적이며 형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군을 신뢰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는 냉정하고 정직하게 가난에 굶주렸던 지난 과거를 가감 없이 생각해보자. 이 나라가 이만큼 잘사는 나라로 발전했던 것은 인내하고 근면했으며 국민모두가 하나 되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여러 가지로 위기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탁월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지지리도 못살았던 지난 세월을 잊어버리고 국론이 분열된다면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한국 정부가 이라크 아르빌시에 건설하는 1,400평의 2층 초현대식 건물 앞에서 공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이제 신물이 난다. 정치인들의 끝없는 정쟁, 툭 하면 거리로 뛰쳐나와 거리를 메워 불편만을 안겨주는 요즘 세상이 기름 값 폭등과 함께 짜증을 불러온다. 정부에도 문제가 있다. 힘없고 줄 없는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들은 법을 조금만 위반해도 사법당국에 불려가 벌을 받는다.

그런데 무법천지로 법질서를 조롱하듯 폭력과 파괴를 일삼아도 공권력은 있으나마나 실종되었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국민들은 안심하고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 그래서 정치를 잘하면 국민들로부터 당연히 사랑을 받게 된다.

금년 말로 예정되어있는 자이툰부대의 철군문제만큼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멋진 결정을 내릴 때 국민들은 그런 정치인을 신뢰하게 되며 힘이 생겨난다.

내가 만나 본 자이툰부대원들은 철군을 반대했다. 그 이유로는 4년 동안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공들여 확실한 거점을 확보했는데 '석유시추권'도 제대로 따내지 못한 시점에서 철군은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모른다. 그들 모두가 진정한 애국자였다.

이라크에서 돌아와 미국 영주권을 가진 아들의 부모를 만났다. 내가 이라크를 다녀온 것을 알기 때문에 서슴없이 묻지도 않은 자이툰부대의 철군에 관해서 언성을 높였다. 그의 아들은 미국에서 돌아와 자발적으로 한국군에 입대하여 자이툰부대를 지원해 복무기간을 마쳤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제와서 철군을 한다면 바보짓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군수물자를 수송해온 컨테이너.
국민들의 마음은 바늘 끝만치도 모르면서 툭하면 국민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에 애꿎은 TV 채널만 꺼버리는 세월이 지겹다고 했다. 특히 야당 정치인들은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대범하며 납득할 수 있는 정치를 할 때 국민들은 흔쾌히 정권을 선물할 것이다.

미국은 3년 안에 이라크에서 철군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석유시추권확보'와 '이라크복구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구태여 금년에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우매한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라크 국민들이 등을 떠밀지 않는 한 철군을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