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이툰
태양은 더욱 이글거리고 온 천지를 불태울 것 같았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나라에 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숙소 침대위에는 두꺼운 이불이 덥혀있었다. 낮과 밤의 온도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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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교는 빙그레 웃으면서 서류를 들고 나갔다. 나는 내일 할 일을 점검한 후 침대에 누었다. 잠을 자다 눈을 뜨니 벽에 걸린 시계는 다음 날 새벽 2시에 멈춰 있었다. 그때까지도 K소령과 L중령은 무슨 일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계속해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니 '자이툰부대'위에 떠오른 반달이 온 천지를 환하게 밝혀주었다.
이곳의 달빛은 유난히 밝았다. 군인들은 어딜 가나 스스로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 특히 지휘관의 지시에는 불가능이 없다. 그것이 군의 생명이며 멋이라고 생각했다.
잠을 깨니 아침 5시30분이었다. 카메라장비를 들고 숙소 주위를 살펴보았다. 메마른 땅에 시들어가는 것 같으면서 생명력이 강해보이는 가시가 많은 꽃들이 황무지에 피어난 것이 신기했다. 건물마다 사방이 두꺼운 방벽으로 싸여있다. 적의 어떠한 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서 100여m 거리에 여군숙소가 있었다. 나는 매우 궁금했다. 여군숙소는 방벽이 더 높게 쌓여있었다. 숙소 주위로는 2중 철조망으로 쳐져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풀 한 포기 없는데 철조망에 기대어 피어난 분홍색 접시꽃이 궁금증을 더하게 했다.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곳은 갈 수 없는 금남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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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안에는 교회. 성당. 절. 이슬람교회가 한곳에 제각각 다른 모양으로 세워져 있다. 그 옆으로 언덕진 운동장에 차량이 두 줄로 자로 잰 듯 줄지어 서있다. 어떻게 울퉁불퉁한 운동장에 한두 대도 아니고 한 줄에 수십 대가 되는 차량을 두 줄로 무 자르듯이 정확하게 세워 놓았는지 신기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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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공원'은 한국군이 지하수를 끌어올려 만든 공원이다. 이라크 땅은 물만 있으면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전 국토가 물 아니면 기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라크 사람들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장비 부족과 뒤떨어진 기술력 때문에 황무지로 버려진 땅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부대 내 또 다른 곳에는 막사 옆에 그물막을 쳐놓고 그 밑에 상추. 오이. 고추를 심어서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병사들이 가꾸는 것이다. '하면 된다.'라는 말이 우리 군에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우쭐한 생각이 들었다.
철조망 너머 드넓은 황갈색 벌판에 유일하게 한곳이 파란색이었다. 농부들이 뙤약볕아래 야채를 추수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나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얼떨결에 손을 흔들었다.
그곳에도 지하수를 끓어 올려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준 곳이다. 한국군은 세계 어느 나라이건 어떤 임무를 맡겨도 능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내 임무가 주어진 '아르빌시 아르빌공원'에 건설하는 1천400평의 초현대식 2층 건물 현장에 가보기 위해 철모와 방탄조끼를 입고 봉고차에 올랐다. 무장을 한 2대의 경호차량이 앞에 섰고 그 뒤에 나와 장군 두 명이 함께 탔다.
부대 정문의 경계는 매우 삼엄했다. 몇 겹의 바리케이트, 장갑차가 그 앞에 버티고 서있다. 정문을 나서면서 아르빌 시민들이 손을 흔들었다. '아르빌시'가 가까워지면서 단독주택 정원에는 붉은 접시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이라크 사정으로 보아 부자가 사는 것 같았으나 우리의 시골 집 보다도 허술하게 보였다.
광활하게 펼쳐진 벌판에 푸른 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는 곳에 웅장하면서도 멋진 2층 건물앞에 차량이 멈췄다. 경계병들이 먼저 주위를 경계한 후 일행은 차에서 내렸다.
'자이툰부대'의 공사담당 N 중령이 공사현황과 여러 가지 설명을 마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공정은 80% 진행 되었다고 했다.
우리기술로 설계를 했으며 현지인을 고용해서 공사를 하는데 기술과 자재문제로 힘들었다고 했다. 이라크에서 생산되는 건축 자재들의 품질이 매우 열악해서 '터키'에서 자재를 구매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기술은 세계 최고임을 알 수가 있었다. 나는 가슴이 뿌듯했다. 저렇게 멋지고 웅장한 건물을 지어 '이라크 아르빌시'에 기증을 한다니 우리 국민의 저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 건물은 '아르빌시'에서 제일 훌륭한 건물이 될 거라고 했다. 공사현장의 인부들은 모두 '아르빌시민'이었다. 그들은 나에게도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사진을 이 곳 저곳 찍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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