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없는 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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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중령이 건네준 '이라크 아르빌시'에 세워지는 건평1천400평의 2층 초현대식 건물의 평면도와 건물내부에 만들어 질 설명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슴이 뛰었다. 무슨 일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알 수가 있었다. 얼마 후 안내 된 곳은 별 셋이 번득이는 문을 통과해서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곧바로 안내를 받아 3성 장군과 악수를 하게 되었다.
그는 첫 인상부터 범상치 않은 장군이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꼈다. 장군들의 공통점은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눈빛이 광채가 난다. 명찰을 바라보니 J 육군 중장이었다. 용건은 간락하고 신속하게 끝냈다. 군에서 지휘관의 말 한 마디는 곧 명령이다. 명령은 지체없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군인들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져있었다. 이라크에 갑자기 민간인이 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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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일 '서울공항' 정문 위병소에 6시30분까지 도착하라는 합참 P 중령에게 전화를 받고는 이틀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했다. 세상을 온통 떠들썩하게 했던 이라크를 민간인 신분으로 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면서 걱정이 되었다. 카메라장비를 반복해서 꼼꼼히 점검하고 새벽 4시30분 서울공항을 향해 달렸다.
약속한 시간에 도착을 하니 이라크 행 비행기에 탈 P 중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따라서 비행장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장에는 대한항공 여객기 1대가 서있었다. 장병들이 줄지어 비행기 쪽으로 향했다. 민간인 복장은 나 혼자였다. 공수특전부대 복장을 한 장병들이 환영을 했다. 환영행사는 조촐하게 진행 되었다.나도 그 대열을 따라 항공기에 올랐다. 좌석 번호대로 2층으로 올라갔다. 꽤 큰 항공기였다. 1층에서 충성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왔다. 군화 소리가 2층으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또다시 충성 소리와 함께 검은 베레모에 별 세 개가 번득이는 멋진 장군과 눈이 마주쳤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1997년 겨울 휴전선 155마일 사진작업을 하기위해 21사단에 배치되어 연대장으로 인연이 되어 많은 도움을 준 분이었다. 10년이 지나도록 나는 K 장군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이라크 행 항공기가 출발하기 직전에 만날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K장군도 의외라는 듯 한참 바라보다가는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K장군이 항공기에서 내려간 후 08:10분 육중한 항공기는 서서히 움직이더니 활주로에 멈췄다. 잠시 후 엔진소리가 커지면서 '이라크'를 향해 힘차고 빠르게 날았다. 항공기가 고도를 유지하면서 긴장이 풀렸다.
하늘에는 구름이 짙게 깔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 하얀 구름에 반사되어 그 색이 신비로웠다. 2층 객실에는 여군 장교들이 많았다. 나는 궁금해서 옆에 앉은 여군 소령에게 병과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간호장교와 전문직 장교들이라고 했다, 여군들도 군복이 똑같았다. 이라크 파병 장병들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 된다. 그리고 2개월간의 특수훈련을 마친 후 이라크 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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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기내방송을 통해 쿠웨이트 대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러분 이곳 이라크 자이툰부대 교체병력으로 오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이 근무하는 기간 중 나라 없는 서러움이 무엇인가를 꼭 알고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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