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10개 대국 가운데 한국만 올 들어 보유액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국이 유일하게 물가 안정을 위해 보유 달러를 내다 팔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정부가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정책 실책까지 겹치면서 달러를 대규모로 내다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외환보유액 올들어 147억달러 감소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475억2천만 달러로 작년 말의 2천622억 달러에 비해 146억8천만 달러 줄었다.

   우리 외환당국은 8월에 들어서도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한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외환보유액은 더욱 줄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중국은 지난 6월 말 현재 1조8천88억 달러로 작년 말의 1조5천282억 달러에 비해 무려 2천806억 달러가 늘었다. 올 들어 6개월간 중국의 증가액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보다 많은 규모다.

   일본은 작년 말 9천734억 달러에서 올해 7월 말에는 1조15억 달러로 281억 달러가 늘어나면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러시아도 4천764억 달러에서 5천683억 달러로 919억 달러나 증가했다.

   인도는 2천756억 달러에서 3천118억 달러(6월 말)로 362억 달러, 대만은 2천703억 달러에서 2천909억 달러(7월 말)로 206억달러, 싱가포르는 1천630억 달러에서 1천767억 달러로 137억 달러가 각각 증가했다.

   브라질은 232억6천만 달러 늘어난 2천35억6천만 달러(7월 말), 홍콩은 50억 달러 증가한 1천577억 달러(7월 말), 독일은 139억 달러 늘어난 1천501억 달러였다.

   ◇ 왜 한국만 팔아야 했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물가 불안이 심해진다. 정부로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아 환율을 내려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4분기 달러당 평균 920.6원에서 올해 2분기 1,018원으로 10.6% 상승했다. 반면 다른 주요 통화의 환율은 일제히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 4분기 113.1엔에서 올해 1분기 104.5엔으로 7.6%, 위안.달러 환율은 7.44위안에서 6.96위안으로 6.5% 각각 하락했다. 상반기까지 이어진 달러화 약세로 주요 통화들이 하락했지만 사실상 원화 환율만 상승한 셈이다.

   이런 환율 상승에는 고유가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원유 수입국으로서 더 많은 달러 결제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의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정부가 용인했던 `고환율 정책'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고유가에 정책적 판단 오류가 겹치면서 지난달에만 100억 달러 이상을 시장에 쏟아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초래됐다.

   현대경제연구원 표한형 연구위원은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고유가로 인한 환율 상승 압력이 기본적으로 큰 상황에서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환율 상승 기조를 용인한 것이 보유 외환을 매각해야 하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표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해도 아직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한꺼번에 100억 달러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대외신인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보유액은 보험금의 성격으로 다른 금융 충격이 왔을 때 이에 대비할 여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