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 이야기/
지난 주, 영화적으로 우리에게 지독히도 낯선 나라의 화제작 두 편이 동시에 선보였다. 어지간한 시네필조차도 좀처럼 접해본 적이 없을 법한 이스라엘 영화, <누들>(아일레트 메나헤미)과 <젤리피쉬>(에트가 케렛 & 쉬라 게펜)가 그들이다.

<누들>은 미처 보지 못했으니, 그저 이국땅에서 엄마와 생이별한 여설 살 중국 소년 '누들'과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스튜어디스 미리의 특별한 만남을 극화한 휴먼 드라마라고만 소개하련다. '2007 몬트리올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이 2000년대 초반 이스라엘을 강타했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인간적 시선으로 짚어보려 했다는 영화의 보편적 문제의식을 뒷받침해준다는 것과.

프랑스와 합작으로 빚어진 <젤리피쉬>는 2007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 등을 안은 감동의 '작은 걸작'이다. 일찍이 어느 지면에서도 역설했듯, 영화는 텔아비브에서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세 에피소드를 통해 더할 나위 없이 유려한, 최상의 극적 호흡으로 펼쳐 보인다. 특히 우리 네 삶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는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서 감지되는 정서적 감성이 워낙 전염적인 터라, 영화를 보는 내내 말로 형용키 힘든 동감과 설렘이 보는 이들의 가슴에 살포시 자리한다.

물론 이 두 영화의 개봉 규모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을 관객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처럼 아주 작지만 소중한, 한 영화 변방국의 문제적 소품들이 같은 날에 함께 선보였다는 것은 그 영화사적 의의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처사는 아닐 것이다. 영화 보기의 으뜸 즐거움을 상대적으로 덜 소개된, 미지의 나라 미지의 감독 작품들과 조우하는 데서 찾을 이들에겐 특히나 더.

최근 국내 몇몇 매체에서 이스라엘 영화를 새삼 조망하는 까닭도 상기 이유 때문임은 물론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두 영화만으로도 2000년대 후반을 전후해 크고 작은 세계적 주목을 끌고 있는 이스라엘 영화의 어떤 수준 및 경향을 파악하는데 별 손색없으라는 것이, 영화 전문가로서 내 솔직한 평가다. 이들 외에 2008 칸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으며 올 제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아리 폴만 감독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바시르와 왈츠를>이나, 작년 이스라엘 아카데미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밴드의 방문>(에란 콜리린) 등까지 감안하면 더욱 더 그렇다. 대체 이스라엘 영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모스 지타이 같은 극소수 작가감독이 아니라 '내셔널 시네마'로서 이스라엘 영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오르>(케렌 예다야)가 2004년 칸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쥐면서였다. 그 이후 세계의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들은 <오르>는 말할 것 없고 이스라엘 영화 전체를 향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았다. 그 결과가 <젤리피쉬>다. 놀랍지 않은가 그 잘 나가던 한국 영화는 아직 한 번도 타지 못한 상을 불과 3년 만에 두 번이나 차지했다는 것이. 그것도 고작 연간 10편 전후의, 보잘것없는 편수밖에 제작해내지 못하는 나라에서……./영화평론가 전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