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명문 A대학교를 졸업한 B(33)씨. 한 때 대법관의 꿈을 키우던 A씨는 거듭된 고시 실패에 취업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고시 준비로 이미 나이가 찬 데다 다른 취업준비자와 달리 해외 어학연수나 인터십과 같은 변변한 경험도 없던 A씨는 취업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 2년동안 낸 이력서만 수십통이지만 A씨는 제대로 된 직장을 찾는데 실패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채 쉬고 있다.

   최근 일자리 창출 폭이 정부 목표치인 20만명에도 못 미치는 등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아예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12만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5.5%(1만6천100명)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구직단념자 수는 지난해 2월 3천명 증가에서 3월 1천300명 감소로 전환한 뒤 올해 4월까지 13개월 동안 감소세를 지속하다가 5월 7천500명, 6월 1만8천300명, 7월 1만6천100명 등 3개월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실업자는 최근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의미한다. 반면 구직단념자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을 뜻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구직단념자는 지난 1년 내 구직활동에 나서봤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실망해 더 이상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는 사람, 즉 실망실업자를 뜻한다"면서 "통상 경기가 나쁠 때 구직단념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구직단념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용사정 악화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구직단념자 수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자는 6만5천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천100명 감소해 지난해 3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여자 구직단념자는 7월 현재 5만5천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만7천200명 증가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비 여자 구직단념자 증가폭은 3월 4천100명, 4월 6천200명, 5월 9천800명, 6월 1만9천200명, 7월 1만7천200명 등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상 남성에 비해 여성이 고용시장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다보니 경기 침체에 따른 구직단념자 증가세도 여성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