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규모가 컸고 주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40억 시청자가 개막식 생중계를 지켜볼 정도로 내용과 연출 모두가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KOC(대한올림픽위원회) 관계 일로 올림픽 기간 중 베이징에 머물고 있으면서도 개막식 참관을 위해서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하지 못했다. KOC 측에서는 입장시의 혼잡을 미리 예견하고 일단 지하철 편으로 주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전략을 세웠다. 일찍 서둔 덕분에 식전(式前)행사가 시작되는 6시경에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국 영내에 있는 소수 민족들의 공연을 주제로 한 식전행사도 흥미로웠지만 현장에서 본 개막식의 주제와 내용 그리고 연출은 역대 어느 올림픽 대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웅장하고 첨단 기술이 접목된 종합예술의 극치였다. 각국 선수단의 입장까지 포함하여 무려 6시간을 무더위와 습기가 가득한 경기장에 앉아 있었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기획한 연출 책임자의 공로로 돌리고 싶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후 호텔로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혼잡스러웠다. 입장할 때와는 달리 이곳저곳에서 교통 통제를 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베이징의 밤길을 헤매어야만 했다. 제대로 훈련된 자원봉사자들을 적소에 배치하고, 교통 안내 표지판을 확실하게 설치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고역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하면서 성공적인 개막행사의 뒤에 가려진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14년에 있을 우리 고장 인천에서의 아시안게임 준비를 세부적인 것부터 철저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했었던 베이징의 밤길이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