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어장서 수거작업… 폐어망·통발 뒤엉켜 산더미
침적 쓰레기에 갇힌 썩은 꽃게·치어 등 '악취 진동'
인천 앞바다가 폐그물 등 바다 침적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연평 등 풍부한 어족 자원을 자랑하던 황금 어장은 바다 쓰레기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어민들은 한숨만 는다. 처리가 곤란해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바다에 버린 폐어망 등은 고스란히 어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 바다 침적 쓰레기의 문제점은 인천시와 중앙부처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꾸준히 바다 침적 쓰레기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 앞바다를 바다 쓰레기로 부터 살려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쿵'. 갈고리에 무언가 걸렸다. 해군은 바빠졌다. 기중기를 이용해 바닷 속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렸다. 어망과 통발, 그물 등이 한 데 엮여 하나의 커다란 물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난 6일 서해 연평어장에서 바다 쓰레기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인 해군 2함대 평택함을 찾았다. 지난 달 16일부터 연평 어장 61.77㎢에서 바다 쓰레기 인양 작업을 펼치고 있는 평택함은 이날도 어김 없이 분주했다.

수심 15m 바닥 아래로 5개의 갈퀴를 가진 갈고리를 로프와 연결해 던져 놓았다.

그리고 평택함은 유람하 듯 연평어장을 돌아 다녔다. 갈고리가 침적 쓰레기에 걸리면서 곧 반응이 왔다. 해군은 긴장했다. 바다 쓰레기와 한 차례 전쟁을 치러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침적 쓰레기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한 해군은 이내 곧 기중기를 이용해 침적 쓰레기를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크릉 크릉'. 침적 쓰레기를 끌어 올리는 기중기가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적게는 수 백kg에서 많게는 수 t까지. 바다 침적 쓰레기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침적 쓰레기의 정체는 닻이었다. 닻은 천천히 바다를 벗어나 평택함 갑판으로 내려 왔다. 거대하고 무거운 만큼 작업 중 사고를 당할 확률도 높다. 해군 장병들은 침적 쓰레기가 안전하게 갑판에 안착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소설 '노인과 바다'가 연상됐다.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모습. 바다 쓰레기라는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해군이 바로 그러했다.

해군은 이곳 연평 어장에서 하루 평균 5t 정도의 바다 쓰레기를 인양한다. 무게 마다 다르지만 보통 한 번 인양할 때 마다 2~4시간이 소요된다.

갑판에는 해군이 건져 올린 침적 쓰레기로 가득했다. 폐어망, 폐그물, 통발 등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

침적 쓰레기는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꽃게 치어, 조개 등 바다 생물들이 침적 쓰레기에 갖혀 ??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 침적쓰레기=물고기 무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침적 쓰레기 속으로 들어간 해양 생물은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리고 그대로 죽어버린다.

해군이 바다 쓰레기 인양 작업을 벌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 폐그물 등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모래를 주요 산란 장소로 이용하는 바다 생물들은 폐어망 등에 막혀 번식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지난 2003년 2천181t의 꽃게 어획량을 보였던 연평어장은 지난 2004년 326t, 2005년 363t, 2006년 149t으로 급감했다. 바다 침적 쓰레기가 주원인이다.

우리 어민들이 버린 어망, 그물 등이 불만을 표출하듯 어민들에게 어획량 감소로 복수하고 있는 꼴이다.

바다 침적 쓰레기 문제는 인천시도 공감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2004년부터 해양수산부 (현 국토해양부)와 함께 '인천 앞바다를 바다 쓰레기로부터 구해내자'는 공감대를 형성, 바다 침적 쓰레기 인양 작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5~6월 두 달 동안 강화 무의도 어장 등에서 299.7t의 바다 쓰레기를 수거한 인천시는 오는 9월 80t의 바다 쓰레기를 추가로 인양할 계획이다. 옹진군은 지난 5~7월 자월 북도 해역에서 110t의 바다 쓰레기를 인양했다. 중구와 강화 역시 주민들의 요청으로 바다 침적 쓰레기 인양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바다 침적 쓰레기는 너무 거대한 적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인천 앞바다에 버려진 침적 쓰레기의 양은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며 "지난 5년 간 쓰레기 인양 작업을 펼쳐 어획량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글=이재필기자 (블로그)hwonane·사진제공=옹진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