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 엑스파일 : 나는 믿고싶다
두번째 극장판 … 100여분 짧은 러닝타임 아쉬워
 
 
월요일 밤 11시면 어김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를 했다. 음산한 음악과 함께 그들이 등장했다. '스컬리'와 '멀더'.

요즘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나 <네 멋대로 해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몇 년 전까지 <엑스파일> 텔레비전 시리즈물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었다.

6년 전 끝을 맺었던 텔레비전 시리즈 <엑스파일>이 영화로 돌아왔다. 시리즈를 만들었던 크리스 카터가 영화 <엑스파일:나는 믿고싶다>의 메가폰을 잡았다. 부제는 멀더의 사무실에 걸려있던 슬로건. 지난 1998년 텔레비전 시리즈가 진행되던 중 인기에 힘입어 제작됐던 영화 <엑스파일:미래와의 전쟁>과 달리 이번 영화는 몇 년이 지난 뒤 팬들 앞에 나섰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스컬리와 멀더는 여전하다. 스컬리는 냉철하고 멀더는 직감에 충실하다.

FBI를 떠나 의사로 생활하고 있는 스컬리와 외딴 곳에서 수염도 깎지 않은 채 지금도 비현실적인 것들에 몰두하며 살아가는 멀더. 이 둘은 캐나다 벤쿠버에서 일어난 FBI 요원 '배닌'의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소년 수십명을 성추행한 전력을 갖고 있는 신부 '조셉'을 만난다.

배닌이 실종된 뒤로도 또 다른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그 때마다 조셉은 사건 당시 환영이 보인다며 단서를 하나씩 FBI 수사관들에게 던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점점 조셉의 '수사력'에 의존하게 된다.

이번에도 초자연적인 힘을 소재로 삼는다. 이번에는 외계인이 아니라 신이다.

신부 조셉을 등장시켜 그에게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을 부여한다. '신부'라는 본분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주술가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누군가에게 "포기하지 마"라고 툭 내던진다. 그는 우리가 흔히 표현하듯 신들린 무당처럼 직감으로만 움직인다.

하지만 동양에서 말하는 '귀신'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신'을 이야기 한다. 스컬리가 대수술을 하려는 아이의 이름은 '크리스찬'이고 부모는 그에게 "신의 뜻에 맡길게요"라고 말한다. 조셉은 모든건 "God's work"라고 되뇌며 신이 그의 죄를 지은대로 보내기 위해 환영을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한다.

스컬리와 멀더가 그대로인데다 소재도 크게 변하지 않았건만 곳곳에서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내용은 마치 텔레비전 시리즈물 중 한 편을 대형 스크린에다 옮겨만 놓은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6년이 지난 시간을 설명하고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에피소드를 엮어가기엔 러닝타임 100여 분은 짧다.

더군다나 <엑스파일> 시리즈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외계 생명체의 존재나 초현실적인 현상을 이번 영화에선 '모든 것은 '신'이 만들어 놓은 순리'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엑스파일>의 존재 가치가 무너져내리는 것이다.

<엑스파일>을 추억하는 이들은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15세 이상. 8월14일 개봉.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