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그 화려한 막이 오른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2008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오는 15∼ 24일 수원화성 화서공원 서북각루 일대와 경기도문화의전당, KBS수원아트홀, 영통 미관광장에서 펼쳐진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특별한 여름나기를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도심 속 문화 피서지'로 제격.
특히 올해는 연극의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동구권 연극의 선두주자 불가리아 스푸마토의 <죽음의 춤>을 시작으로 러시아 최고극장상 '황금마스크' 수상작인 씨어터 퍼펫 하우스의 <신데렐라>, 영상과 마술의 결합으로 환상을 선물하는 핀란드 WHS의 <대화>. 2007년 초연 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 등 알찬 화제작으로 꾸며진다.
무대에서 인생을 논하고 철학을 탐미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연극. 그 진정성과 다양성을 맛보며 현명하게 문화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작품 들여다보기
극단 아다 컴퍼니 의 작품 <흔적을 남기다>의 한 장면.
축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불가리아 스푸마토의 <죽음의 춤>이다.
복합적인 사람의 심리 표현을 대사보다는 행동으로 표출하며 현대극의 큰 반향을 일으킨 표현주의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사랑과 미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두 얼굴을 가지는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들여다보며 연극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와 함께 쟁쟁한 해외초청작들이 여름 문화축제를 더욱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주류사회에 대한 풍자를 왈츠라는 춤의 감성으로 대변한 이탈리아 TTB의 <왈츠>와 수원시 자매도시 호주 '타운스빌' 트로픽 썬 씨어터의 블랙코미디 <바보와 돼지>. 체홉의 희곡 속 주인공들이 악기로 재탄생하는 벨기에 엑셀시오의 <사랑해>. 러시아 최고극장상 '황금마스크' 수상작으로서 1인 21역이 빛나는 씨어터 퍼펫 하우스의 <신데렐라>, 핀란드 WHS의 <대화> 등 화려한 해외초청작이 관람객을 유혹한다.
한국 대표주자로 나선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도 무대에 올려진다.
지난해 초연한 국립극단의 <테러리스트 햄릿> 가운데 한 장면.
그동안 공연된 <햄릿> 가운데 가장 감각적인 무대연출로 주목받은 이 작품은 복수의 비극, 사랑의 비극, 정치극이라는 다양한 해석 가운데 햄릿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호평받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현재 시재인 '햄릿'은 사색적이고 우유부단한 원작의 햄릿에서 칼 대신 총을 든 전투적이고 영리한 테러리스트로 변신한다.
테러리스트가 된 햄릿은 미칠 듯한 분노의 당위성을 관객에게 이입시키며 연민과 사랑을 이끌어낸다.
이 외에도 지난 3월부터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 15개 극단들의 대표작들이 수원화성 실내, 야외 주요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공동기획 프로젝트' 극단 마고의 가족뮤지컬 <효녀바리>가 주목받고 있다.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작품은 14곡의 뮤지컬 넘버와 박진감 넘치는 율동이 펼쳐져 온가족을 위한 공연으로 손색이 없다.
이처럼 올해 연극제에는 정통연극, 음악극, 인형극, 뉴 서커스, 뮤지컬, 무용극, 전통연희극, 블랙코미디, 대안공간야외극, 움직임극, 오브제 마임극, 복합장르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21편이 열흘간 선물보따리처럼 쏟아진다. 각 공연일정과 관람료 등은 홈페이지(theatre.schf.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31-238-5740.

▲'수원화성에선 모두가 주인공'

올해 연극제는 예술인들이 도전정신을 내세워 실험무대로 활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야외에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연과 축제의 장을 지향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는 15일 개막식에서 화서공원 길놀이를 시작으로 축제기간중 시민이 참여해 여름 밤하늘의 수많은 별자리를 볼 수 있는 '이동천문대'가 설치된다.
'서북각루 성벽에서 만나는 영화로 보는 연극'을 타이틀로 한 영화상영도 진행된다.
무대의 막이 내려진 늦은 밤, <셰익스피어 인 러브>, <몬트리올 예수>, <오구> 등 명작들이 성벽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상영된다.
화서문 일대에는 인간과 화성,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재로 현대공예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연극과 미술의 크로스오버 현장으로 원경환, 장혜홍, 신이철, 이재준 등이 참여했다.
화서공원에서 화성의 과거와 현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 '사진으로 보는 화성100년'과 직접 화성을 돌며 보물교환권을 찾는 체험프로그램 '보물 찾아 화성 한 바퀴' 등이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
수원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연극 워크숍도 눈길을 끈다.
2008수원화성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는 워크숍이 모두 끝난 후 연극제 폐막식 무대에 작품을 올려 직접 연극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오는 15일 오후1시30분 도문화의전당 컨벤션실에서 개최되는 '한국 근·현대연극 100주년 기념세미나'에는 채승훈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김윤철 세계연극평론가협회장, 연극평론가 허순자씨와 장은수, 독일 연출가 마르가리타 믈라데노바 등이 참여한다.

▲"수원화성연극제가 달라졌다"
연극제 기간동안 공연무대가 꾸려지는 수원 화성의 서북각루 풍경.

올해는 매년 연극제 공연장소였던 장안공원 광장에서 작품을 볼 수 없다.
집행위가 수원화성 중 가장 화성(華城)스러운 곳, 관객이 화성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곳, 화성의 견고함과 당당한 힘이 느껴지면서도 유려하고 아름다운 곡선의 미가 아련하게 느껴지는 곳을 찾았기 때문.
그곳이 바로 화서공원 서북각루 일대다.
이곳에 차려진 야외 공연장은 일명 '행복한 허수아비'로 대공연장격인 '큰허수아비무대'와 소나무 숲 안에서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만드는 '장승무대', 자유참가작의 큰 무대로의 비나리가 담겨있는 '솟대무대' 등으로 꾸며진다.
연극제와 함께 수원 화성을 배경으로 한 설치미술전에 참여한 장혜홍 작가의 작품 <허수아비>
달라진 것은 공연장소뿐만이 아니다.
개막작과 폐막작, 부대행사 등 각 축제의 '단골'명칭이 사라졌다.
한 두개 작품과 행사에 무게가 쏠리는 것을 막고 모든 공연물과 체험 프로그램에 시민의 고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기획의도로 보인다.
집행위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지역축제의 포맷을 탈피하기 위해 명칭부터 무대, 작품, 체험 프로그램 등 세세한 곳까지 모두 신경썼다"며 "많은 분들이 더위를 이기면서 연극의 참맛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Tip 연극제 이렇게 즐기자

- 알뜰하게 작품 보기!
수원화성국제연극제 마니아라면 '화성사랑 티켓'을 노려보자. 연극제 유료공연작을 6만원에 모두 볼 수 있는 티켓으로 2만5천원 할인된 가격으로 50명에게 선착순 판매된다.
또 <죽음의 춤>과 <테러리스트 햄릿>을 묶어 1만원 할인된 3만원에 볼 수 있고, <죽음의 춤>과 <호랑가시나무 숲의 기억> 두 편을 2만5천원에 관람할 수 있는 '연극사랑 티켓'도 발매된다. 이 밖에 현대카드 결제시 20%, 20인 이상 단체관람 티켓 구매시 30% 할인받을 수 있다.

- "나는 온라인으로 연극제를 즐긴다"
집행위는 연극제 공식 홈페이지 외에 온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행사와 상품을 마련했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연극제 싸이월드 타운홈페이지(http://town.cyworld.com/shcf)에서 이벤트도 즐기고 공연 티켓과 닌텐도DS 등 경품도 받아가자.
진행되는 이벤트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차범석의 <산불>의 희곡 대사 중 비어있는 곳을 채우는 '대사쓰기', 화성의 모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CF를 찍는 'UCC 공모전', 축제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올리는 '포토 공모전' 등이다.
 
/류설아기자 blog.itimes.co.kr/rsa119
/사진제공=2008수원화성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