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독일의 온천 휴양 도시 바덴ㆍ바덴은 한국 현대사를 전환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88서울올림픽유치가 확정된 곳이다. 이준 열사의 헤이그와 한반도 분단의 도화선 얄타가 우리민족의 한(恨)과 비운(悲運)을 상징하는 유럽의 도시라면 바덴ㆍ바덴은 우리 국운의 융성과 국위를 선양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1981년 일본의 나고야와 88올림픽 개최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붙었을 때 유치단의 선두에서 득표활동에 정신이 없어 하루하루가 급박하여 바덴ㆍ바덴의 매력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치활동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27년 동안 바덴ㆍ바덴을 찾아간 것은 수십여 번에 달한다. 이곳을 자주 찾게 된 것은 도시가 지닌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서울 승리를 발표하던 쿠르 하우스 광장에 서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감격 때문이기도 하다.

바덴ㆍ바덴 시내 중심가에서 수녀원이 있는 곳까지 왕복 5km에 가까운 리히텐탈 산책로는 8천만 독일 사람들이 가장 걷고 싶어하는 곳으로도 꼽힌다. 슈바르츠발트(黑林)에서 흘러내려오는 오스강을 따라서 계절 따라 자태를 뽐내는 화초와 수백년 된 고목(古木) 그리고 넓은 초원의 경마장과 우아한 별장들이 즐비한 리히텐탈 산책로를 걷다보면 독일인들이 이곳을 동경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낙차가 완만한 오스강의 물소리와 새소리, 산책로 주변의 각가지 꽃과 수풀에서 나오는 향기, 그리고 우아한 별장과 잘 가꾸어진 정원들을 보면서 걷다보면 귀(耳)와 코(鼻)와 눈(眼)을 모두 만족시키는 산책의 묘미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유럽여행 때에도 꼭 바덴ㆍ바덴에 들르고 싶은 본능적 욕망은 쿠르하우스 광장의 감격과 리히텐탈 산책로의 묘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