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연기 앙상블·도심 자동차 추격신 압권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감독:곽경택, 안권태)가 할리우드를 향해 칼을 뽑았다.

곽경택 감독은 지난 21일 있은 시사회 기자회견에서 "강우석 감독의 영화 <강철중>이 할리우드라는 성을 함락시키는 데 시작을 알렸다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놈놈놈)이 할리우드를 향해 진군을 하고 있고 내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칼날을 겨누는 모양새"라며 "성을 함락시킬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자신의 영화를 표현했다.

<눈에는 눈…>은 경찰과 범인이 서로 두뇌 싸움을 벌이는 액션물이다.




 
경찰 생활에 신물이 나 있던 주인공 백반장(한석규)은 안현민(차승원)이 때로는 차갑게, 때로는 뜨겁게 대결을 벌이며 극을 진행해 간다.

안현민은 '백반장' 행세를 하면서 진짜 '백반장'을 약올리고 백반장은 안현민이 만들어 놓은 게임 판에 뛰어든다. 백반장은 자신이 체스판 '말'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공동의 적 김현택(송영창)을 없애기 위해 판 위에서 놀아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영화는 전개된다.

백반장은 경찰을 주인공으로 하는 여느 영화처럼 사명감이 투철하거나 <공공의 적> 강철중처럼 사회 정의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 다만 저 놈이 날고 기니까 화가 날 뿐이다.

그래서인지 내러티브적인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왜 안현민의 계략에 빠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인지 영화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몇 년 전 김현택을 잡으려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놓아줬기 때문에 악이 받쳐서라면, 공격대상은 김현택이어야 하는데 정작 백반장은 안현민을 뒤쫓는다.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 장면이나 범행을 저지르는 기발한 수법, 백반장과 안현민이 퍼즐 맞추기를 하면서 서로를 압박해가는 장면은 여느 액션 영화 못지 않을 정도로 볼 만하다.

트랜스젠더 마담 안토니오(이병준)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처음 안권태 감독이 시작했다가 중간에 곽경택 감독으로 바뀌고 제작 기간도 길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일관성이 떨어진다.

영화는 곽 감독 영화답게 마초적이다. 그러면서도 영화 중반 마담 안토니오와 백반장이 이야기 하는 장면은 위태롭기까지 하다.

백반장은 안현민과 내통하는 안토니오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성추행을 선택한다. 만약 안토니오가 남성이었다면 추행이 아니라 겁주는 것에서 끝났겠지만 그는 트랜스젠더다. 그에 대한 추행은 '성'을 앞세운 폭력이다. 안토니오가 짓는 표정은 신체적인 고통을 당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금괴를 제주도에서 인천항으로 옮길 때나 안현민이 백반장을 따돌리는 장면 등에서 사용된 화면 분할 방식은 자주 써먹는 방식이어서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나'다. 18번째 영화라는 한석규는 녹슬지 않았고 악역을 맡은 차승원도 차가운 역을 잘 소화했다. 그러나 이병준의 트랜스젠더 연기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15세, 31일 개봉.

/소유리기자 blog.itimes.co.kr/rain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