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찬일의 영화이야기
역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김지운 감독)의 위력은 대단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영화진흥위원회(www.kofic.or.kr) 박스 오피스 집계에 의하면, 개봉 첫 주 3일 동안 전국 2백15만 여명을 유인했다기에 하는 말이다.

<괴물>(봉준호)과 <디 워>(심형래)에 이은, 역대 3위의 대기록이란다. 그래서일까, <괴물>에 비교되면서 영화가 과연 '천만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지 여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연히 그 최종 흥행 성적은 두고 봐야 한다. 그 전망은 그러나 그다지 밝지는 않다. 흥행 최대 변수인 관객들의 입소문이 극명하게 나뉘어선 아니다. <디 워>의 대성공이 입소문이 마냥 좋았기 때문은 아니지 않은가. 마치 <괴물>이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은 것처럼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특정 텍스트를 놓고 선호가 갈리는 건 인지상정이다.

스토리 내지 드라마가 빈약하다는 세간의 지적ㆍ비판 때문도 아니다. 물경 순제작비 175억 원이 투하된 대형 영화를 향해 섬세한 드라마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 연목구어요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단편의 덕목을 요청하는 것이요, 낫을 가리키며 왜 '니은'(ㄴ) 이 아니고 '기역'(ㄱ) 형태냐고 따지는 꼴이다. 일반 관객들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명색이 전문가들이 그런다면 그건 철없는 칭얼거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놈. 놈. 놈.>이 드라마로 승부를 걸 거였다면, 애당초 그처럼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갔을 리 만무다. 만주까지 찾아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당초 기획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증거가 베트남 등 해외 로케에 의해 빚어졌건만 상대적으로 낮은 70억 원대-물론 이것도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가 들어갔다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일까? 손익분기점이라는 650만 명 선은 충분히 넘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면서도, 왜 <놈. 놈. 놈.>이 <괴물>과 <왕의 남자>(이준익),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실미도>(강우석)에 이어 1천만 고지를 돌파하는 다섯 번째 영화가 되기 힘들리라고 여기는 걸까.

그것은 역대 3위라는 기록을 가능케 한, 무려 954개의 엄청난 스크린 수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괴물>의 620개, <디 워>의 700개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다. 국내 개봉 스크린 수 1위작이었던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고어 버빈스키)의 912개보다 40여 개나 많다. 가히 치명적 수치다. 따라서 <놈. 놈. 놈.>의 흥행세가 압도적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관객 점유율은 60%를 상회했다지만, 객석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을 터인 탓이다.

게다가 이번 주엔 <님은 먼곳에>가, 다음 주엔 곽경택ㆍ안권택 공동 연출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흥행 레이스에 전격 가세하지 않은가. 그것은 곧 그 스크린 수를 지속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무조건 크게 벌이고 보자는 작금의 대물주의 내지 한탕주의가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는 셈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천만 클럽'에 가입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