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주체 분리… 찬·반 논쟁 재점화
 
인천시의 도서관 민간위탁이 논란 속에 결국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는 최근 새로 지어질 영종도서관과 수봉도서관을 각각 이 달과 오는 12월, 율목동 시립도서관은 내년 1월 인천문화재단에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지난 5월 13개 소속기관 민간위탁 구상을 발표한 뒤 실행계획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첨예한 찬반논쟁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분위기다.
도서관 민간위탁을 줄기차게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 당장 계획을 철회하라며 시를 압박하고 있다. 민간위탁을 둘러싼 주요쟁점을 짚어봤다.

▲ 민간위탁되면 시민은 더 편해질까?
도서관 민간위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가장 중요한 잣대는 시민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다.
시와 시민사회단체의 대립도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더 좋은 책과 정보를 더 편하게 이용하는데 민간위탁이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를 두고 생겨났다.
민간위탁을 반대하는 쪽이 도서관 서비스가 나빠지리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도서관 운영주체의 분리때문이다.
지금도 시 교육청과 시로 나뉜 운영체계가 민간위탁으로 3등분되면 자료의 공유와 관리가 제대로 안돼 시민불편이 필연적이란 것이다.
도서관 이용자가 중구 도서관에서 남동구 내 도서관의 책을 빌리고 반납도 어디서나 쉽게 하려면 도서관 운영체계가 하나여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점에서 반대 측의 비판은 시의 갑작스런 민간위탁 계획으로 모아진다.
시는 올해 초만 해도 남동구에 세워질 시립도서관 신관을 중심으로 영종·수봉·검단도서관 3곳을 분관 형태로 직접 운영할 계획이었다.
새 도서관법에 따라 시립도서관을 인천 대표도서관으로 지정하고 시내 다른 도서관을 하나의 체계로 꾸려간다는 게 시의 구상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시가 지난 5월 정부의 지자체 조직개편 지시가 떨어지자 이 같은 계획을 돌연 백지화하고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민간위탁을 추진했다고 비판한다.
시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문화재단에 도서관을 위탁한다고 도서관 간 교류가 더 어려워 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시 전체 도서관의 운영체계 일원화는 앞으로도 계속 추진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것도 시의 항변이다.
시 관계자는 "이미 장기적으로 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을 시 소속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라며 "시 전체 도서관을 총괄할 도서관 재단설립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단이 도서관을 운영해도 시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만든다면 시민편의를 위한 통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 문화재단의 전문성 문제
인천시의 문화 인프라 구축과 시민 문화프로그램 생산이라는 인천문화재단의 기본적인 성격이 도서관 운영에 적합할지도 논란이다.
문화재단이 도서관 운영의 전문성을 갖추게 하기 위해 시가 내놓은 방안은 사서직을 충분히 뽑는다는 것 정도다.
시는 전체 정원의 40% 이상으로 돼있는 한국도서관협회의 권장기준보다 사서를 더 채용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시가 지난해 말 만든 3개 도서관 운영계획에는 정원 88명 중 42명(47.7%)이 사서직으로 돼있다.
시 관계자는 "시와 문화재단의 관계는 엄연한 계약관계인데다 시가 한 해 1번씩 도서관 운영실태 종합점검을 할 계획이라 문화재단이 전문성을 갖춰나가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시의 구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문화재단의 전문성은 결국 도서관 본연의 기능을 보조하는 문화프로그램 운영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문화단체 관계자는 "사서직을 도서관협회의 권장비율 이상으로 뽑고 운영실태를 점검하는 것은 굳이 문화재단에 위탁하지 않아도 당연히 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 민간위탁인가 아닌가
이어 "그런 정도의 방안으로 어떻게 도서관 운영기관으로서 전문성을 갖게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시가 밝힌 도서관 민간위탁의 실체와 실익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행정안전부의 민간위탁 실무편람을 보면 '지자체가 자본금 전액을 출자한 지방공사나 재단에 사무을 위탁하는 것은 민간위탁으로 볼 수 없다'고 돼있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내린 조직개편 지침에는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업무는 과감히 위탁하되 공사·공단 등으로의 형식적 이양은 지양하라'는 기준이 포함됐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의 방침은 정부지침에 맞지 않거나 지침을 지나치게 앞선 것"이라면서 "동시에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하라는 민간위탁 본연의 취지에서도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시 재정부담 감소효과가 미미하리란 지적도 있다.
시는 3개 도서관을 직접 운영하면 한 해 51억9천770만8천원이, 문화재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면 45억5천275만2천원이 들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시는 문화재단에게 위탁을 주되 운영비 전액을 시 예산으로 줄 계획이다. 결국 시가 절감할 수 있는 예산은 6억4천495만6천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시의 민간위탁이 시 공무원 신규채용인력 감축(43명) 외에는 뚜렷한 실체도 실익도 없다고 주장한다.
시는 오히려 시민사회의 지적이 도서관 위탁의 명분을 세워준다고 반박한다.
시 관계자는 "여러 단체들의 우려와 반대로 이번 도서관 위탁은 완전한 민간위탁이 아니다"라며 "시가 문화재단에 재정부터 인사까지 모든 결정권을 다 넘겨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가 반성할 부분이지만 공무원 조직은 도서관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데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민간영역인 문화재단의 창의성을 십분 활용하자는 것이고 시는 도서관에 대한 최종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의 직영체제이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보통의 민간위탁이 나을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예산절감효과에 대해서도 시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도서관은 시민을 위한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에 서비스 질을 올리는 데 꼭 필요하다면 예산을 줄일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승환기자 (블로그)todif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