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 - 부천 '펄벅기념관'
전쟁고아·혼혈아에 베푼 박애정신 기려

펄벅여사 사용했던 타자기 등 유물 전시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566-9 일대 3천3백여㎡(3층 건물)에는 지난 1960년 한국을 방문해 여생동안 전쟁고아와 혼혈아들을 자식처럼 살피며 인류애를 실천해 온 펄벅여사를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는 지난 1967년 펄벅여사가 지금의 기념관 자리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운영하면서 사용했던 타자기, 책상 등 유물 160여점을 비롯해 당시 활동모습을 담은 비디오와 생전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부천펄벅기념관
펄벅 여사는 한국전쟁 이후인 1960(당시 68세)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후 1967년 소사희망원을 설비해, 운영하면서 일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부천에서 한국 전쟁으로 생겨난 전쟁고아들과 혼혈아동들을 헌신적으로 돌보았다. 부천시는 이러한 펄벅 여사의 박애정신을 기리고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06년 9월 30일 '펄벅기념관'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펄벅기념관이 건립된 자리는 유한양행 설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펄벅 여사에게 전쟁고아와 혼혈 아동들을 위한 시설로 써 달라고 기증한 곳으로 펄벅 여사의 박애정신과 혼이 깃들어 있다.
펄벅 여사는 당시 소설 '살아있는 갈대'를 집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가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의 실상을 보고 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위해 한국에서 여생을 보냈다.
다문화(혼혈)아동을 돕는 최선의 방법은 안정된 주거, 건강,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 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1965년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하고, 1967년 '소사희망원'을 세워 1975년까지 2천여명의 아이들을 돌보았다. 아이들을 손수 입히고 먹이며 몸소 사랑을 베풀었으며, 다문화아동들과 어머니들에게 교육과 직업훈련을 시켜 이들의 재활과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었다. 자신의 전 재산으로 지원 단체를 세웠으며 6명의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다.

■펄벅의 생애와 문학
1892년 미국에서 태어난 펄벅은 선교활동을 하던 부모님을 따라 15세까지 중국에서 성장했다. 이후 미국 랜돌프 메이콘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다시 중국으로 건너와 난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세기의 명작 <대지>를 펴냈다. 그녀의 역작인 <대지>는 2년 가까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미국여성 최초로 퓰리처상(1931년)과 노벨문학상(1938년)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미국에서 정착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펼친 펄벅여사는 평생 소설과 수필, 평론, 아동서적에 이르기까지 80여편의 작품을 출판했으며 지금까지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소설로 펄벅여사는 1938년 미국 여류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펄벅여사와 한국
펄벅여사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했다. 한국문화,관습에 대한 지식은 놀랄 만큼 해박했다. 그녀는 1960년 68세 때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래 1969년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의 전쟁혼혈아동들을 위한 기관을 세웠다.
한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만도 세 편이나 되는데, <살아있는 갈대, 1963>라는 대하소설을 위시하여 <한국서 온 두 처녀, 1950>, <새해, 1968>가 그것이다.
이중 '한국은 고상한 국민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조선말기에 대한 대하소설 <살아있는 갈대>는 출판하자마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됐다. 진정한 인도주의적 작가로서 펄벅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없애는데 크게 기여했다.

■소사희망원
아시아의 혼혈아동들을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시아 각 나라마다 안정된 주거, 건강,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라 생각한 펄벅여사는 1965년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설립하고, 이어 1967년 소사읍 심곡리(현재 펄벅기념관이 있는 곳)에 소사희망원을 열었다.
혼혈아동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에게 교육과 직업훈련을 시켜 이들의 재활과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도록 했다. 당시 펄벅여사는 수백명의 혼혈아동들이 참석한 소사희망원의 개원식을 '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술회했다고 한다.
소사희망원은 일반 학교나 고아원과는 달리 적성분석부와 개인지도부, 예능원, 재활부 등 4개부로 나누었고, 일반고아들의 예능교육도 담당했다. 2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에는 당시 150여명의 원생들이 있었으며 휴게실, 오락실 등도 갖추어져 있었고 재활부에서는 혼혈아동들의 어머니를 위해 양재, 비서학 등 간단한 기능교육도 진행됐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아주 뛰어난 학생들은 특별 장학금으로 미국 유학의 기회도 주었다. 당시 펄벅여사는 소사희망원에 머물면서 그들의 교육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다.

■웰컴하우스
"순혈, 혼혈과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들은 평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굳게 믿은 펄벅여사는 혼혈아동들에게 따뜻한 부모와 가정을 찾아주는 역할을 할 웰컴하우스를 1949년에 설립했다.
웰컴하우스가 많은 혼혈아동들에게 가정을 찾아주고 있었지만 가정을 찾지못한 혼혈아동들을 위해 펄벅여사는 196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 펄벅재단을 설립한데 이어 1965년 한국지부 설립을 시작으로 오키나와와 타이완(1967), 필리핀과 태국(1968), 베트남(1970) 지부를 설립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필리핀, 베트남, 대만, 중국, 미국 등 6개국에서 아동들의 인권과 복지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한국펄벅재단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은 소설 '대지'의 작가 펄벅(Pearl S. Buck) 여사가 한국의 다문화아동을 돕기 위해 설립한 아동복지기관으로, 40여년전부터 미국계 다문화아동을 지원해왔으며, 90년대 이후부터는 아시안계 다문화아동과 새터민아동 등 다문화 아동들이 소외받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펄벅재단은 H.E.L.P.를 통해 다문화아동과 결혼이민자가족에게 의료지원(Health Care), 교육지원(Education), 생계지원(Livelihood), 사회정서지원(Psycho-social Protection)을 제공하고 있다.
▲H. Health Care: 서울아산병원 외 6곳 연계, 저소득 다문화 가정 무료진료 실시
▲E. Education: 다문화아동들이 왕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에 소외되지 않도록 장학금 지원
▲L. Livelihood: 극빈가정에 생계비 지원, 직업훈련 지원
▲P. Psycho-social Protect: 다문화아동들이 자기정체성 혼돈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사회정서프로그램 운영(부모교육, 캠프, 하인즈워드 초청 미국 방문, 각종 문화체험, 파티)
관람문의 032-668-7563
 
/부천=이종호기자 blog.itimes.co.kr/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