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여는 한국이민사 박물관
한국이민사박물관이 13일 개관한다. 지난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추진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긴 준비 기간 끝에 드디어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됐다.
총 사업비 135억 원이 소요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구조로 모두 4개의 전시관으로 이뤄져있다. 특히 입체감있는 화상 영상과 실물 크기의 마네킹 그리고 150여 점의 유물 등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당시 이주민들의 생활을 보다 사실적으로 알려준다.



▲제 1전시실 <이민의 시작>
"배에서 밥을 먹는데 구역질이 나고… 열흘을 굶고 있으니 힘이 없어. 하와이에 도착하니 사람의 키가 팔척 구척 되는데 나를 번쩍 안아 들고 손목을 잡아끌어…"
1902년 12월 22일, 갤릭호에 몸을 싣고 제물포를 떠나 하와이로 향했던 121명의 한국 첫 이주민 중 한명인 '함하나 할머니'의 육성 녹음이다. 함하나 할머니 목소리에서는 당시의 애환이 묻어난다.
박물관 2층에 위치한 1 전시실은 이주민의 탄생을 테마로 하고 있다. 이주를 권했던 선전문, 1905년 대한제국에서 발행한 여권 등 어려운 삶을 떠나 이민을 선택한 이들의 시대적 배경을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함하나 할머니의 육성 녹음을 비롯해 망원경으로 보는 이민 초기 개항장의 모습, 갤릭호를 본딴 전시관 등은 당시 이주민들의 모습을 보다 현장감 있게 전달한다.


▲제 2전시실 <정착>
"우리의 하루 일과는 오전 4시 30분 기상 사이렌으로 시작됐다. 사탕수수 농장에서는 십장인 '루나'의 감시를 받았고 뜨거운 햇빛 아래서 힘든 노동도 견뎌야 했다. 한 달 일을 마치면 15달러의 월급을 받았다."
1전시실을 벗어나면 곧 이주민들의 정착 생활을 표현한 제 2전시실로 접어 든다. 이곳은 하와이 현지에서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이주민의 모습을 실제 크기로 표현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고된 생활 속에서도 콩나물, 된장독 등 고국을 잊지 못하는 당시 이주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실물 크기 모형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고국과 현지에서 서로 사진을 주고 받아 중매를 본 '사진결혼', 민족의 혼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한 한인학교 등 당시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해 가는 이주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이주민의 모습을 실제크기의 마네킹으로 전시하고 있다.
▲제 3전시실 <이주의 확대 그리고 독립운동>
2전시실을 지나 1층으로 내려오면 제3전시실을 만난다. 이곳은 멕시코, 쿠바 등 남미 국가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로도 유명한 맥시코 에네켄 농장에서 사용했던 수레 및 작업 공구 등을 통해 당시 이주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성금 전달 등 힘든 이주민 생활 속에서도 나라의 광복을 위한 미주 한인 사회의 활동 모습을 영상과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제 3전시실에서 4전시실로 넘어가는 통로에는 하와이 초기 이민자 7천 415명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제 4전시실 <한민족 이주민>
제4전시실은 첫 이주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하와이 한인들의 성금으로 건립한 인하대와 인천시의 해외이민 기념사업 등을 소개하며 재외 동포들의 한국 사랑을 전한다.
전시실 한 편에는 재외 동포의 주소와 우체통을 만들어 재외 동포에게 엽서를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다.


하와이 초기 이민자 7천 415명 이름을 새긴 동판
● 한국이민사박물관 이모저모

▲상영·전시 시설 지원
이민사 박물관의 지하 1층은 4개의 상설전시실, 영상실, 강당 기획 전시실 등 상영·전시 시설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은 이곳 지하 1층을 지역 문화 단체 등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빠르면 올 연말 쯤 사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확장
현재 박물관 시설에 앞으로 아시아관, 유럽관, 교육동이 추가로 설치된다. 현재 미국 이주민과 관련된 전시물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전세계로 이주민들이 퍼져 있어 다양화가 필요해 확장할 계획이다.

▲지금은 무료
이민사 박물관의 입장은 당분간 무료다. 그러나 올 하반기 접어 들면서 유료로 바뀌게 된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입장료는 4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마별 순차적 전시
박물관은 실제 유물 등 4천400여 점의 전시물을 보관하고 있다. 현재 이중 150여 점이 전시 중이다. 테마에 맞게 수시로 전시물을 바꿀 계획이다.
특히 가구, 농기구 등 부피가 큰 유물에 대해서는 특별 전시회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글·사진=이재필기자 blog.itimes.co.kr/hwonane
 
 
"세계 188개국에 홍보 관광객 많이 와주길"
 
박은미 인천서부공원사업소 박물관 팀장
 
"국내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 인천시에 들어섰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낍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이 개관되기까지 최일선에서 뛰어 온 박은미 인천시 서부공원사업소 박물관 팀장의 소감.
지난 3월 비록 뒤늦게 합류하긴 했지만 박 팀장은 직원들과 발빠르게 호흡을 맞춰 나갔다.

특히 이번 개관을 앞두고 직원들과 함께 박물관 홍보에 주력했다.

국내는 물론 아리랑TV를 통해 전 세계 188개국으로 박물관 개관을 알렸다. 이주민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박물관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박 팀장은 인천의 관광사업이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첫 이주민이 이 곳 인천을 통해 외국으로 향했던 만큼 '동북아의 중심은 인천'이란 인식을 지역주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낙관한다.

"과거 인천은 외국으로 나가는 관문이었어요. 현재 외국에서 활약하는 이주민들의 출발지는 바로 인천이었던 셈이죠."

13일 개관식을 갖고 14일부터 시민들에게 본격 개방되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은 한국인은 물론 지구촌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필기자 (블로그)hwon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