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옥구도자연공원
향토수목원으로 오르는 돌계단.
서해의 시원한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한 시화국가산업단지와 그 배후도시로 형성된 시흥시 정왕동 시화신도시. 공단과 함께 콘크리트로 지어진 수많은 아파트 때문에 공해와 회색도시로 더 이름이 알려진 도시 '시화'.
그래서인지 이곳 시화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둥지에도 자연의 싱그러움이 함께하는 "그린도시로 변화할 수 없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실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러한 번민의 결정체가 민(民)과 관(官)이 만들어낸 위대한 작품이 바로 '옥구도 도시자연공원(이하 옥구공원)'이다.

옥구공원은 본래 회색도시 시화가 조성되기 전에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으로, 주변에 돌이 많다고 해 '석도(石島)', '석출도', '석을주도(石乙注島)', '석옥귀도(石玉龜島)', '옥귀도' 등으로 불려져 왔다.

또 옥구도 정상부에는 돌이 마치 줄을 선 모양을 하고 있어 산명(山名)을 '돌주리산', 산 아래 마을을 '돌주리'라고 일컫고 산정(山丁)이 옛 한양을 등지고 있다고 해 '역적섬'이란 별칭도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아기자기한 이야기거리를 간직한 섬 '옥구'가 인걸의 곁으로 바짝 다가온 계기는 70년대 후반 국가가 바다를 막아 섬 주변에 넓게 퍼진 갯벌을 쇠소리가 진동(?)하는 공장부지로 만들면서 부터다.

바다위의 고도(孤島)가 '뭍'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육지로의) 출생초기에는 기대와는 다르게 별 볼 것 없는 그저그러한 작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돌산에 불과했다.

하지만 섬 옥구가 육지화가 된지 20년남짓만에 대변신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바로 지난 1998년에 우리국민에게 큰 아픔을 준 이른바, 국제통화기금(IMF)시대가 오면서다. 이때 대량 실업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 제공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공근로사업'을 펼쳤다.

시흥시도 이때 공공근로사업 대상지를 물색하던중 버려지다시피한 옥구도를 자연과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그린랜드'로 탈바꿈시키자며 각기 다른 기술을 갖춘 실직자들을 모아 불모지 돌산을 개간했다.

지난 1999년초에 개간 첫삽을 뜬 옥구섬은 2년여만인 2000년말에 '옥구도 도시자연공원'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에게 문을 열었다.

옥구공원은 개장이후 공공근로사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으며 전국 시·군·구 공원업무담당자들의 현장 견학지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발 95m에 면적 34만7천117㎡ 규모의 옥구공원에는 무엇이 담겨져 있을까.

우선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소프트웨어 소재를 들수 있다. 공원 입구에서 산 정상부까지 이어져 있는 2km의 등산로에는 각종 시설물이 자리잡고 있다.
 
 
 
낙조전망대.

■ 민속생활도구전시관
등산로 중심에 위치한 이 시설은 230㎡ 규모로 산업화로 잊혀져 가는 각종 우리 농기구관(지게·쟁기·도리깨 등)·직조기구관(베틀·물레 등)·생활도구관(뒤주·절구통 등) 염구(鹽具)기구관(수차 등)·정미도구관(연자방아·돌절구 등) 등 89종 109점이 전시돼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 통나무교실
파충류, 포유류, 어류, 연체동물, 극피동물, 척추동물 등의 해부도와 동물표본, 패류표본, 각종 식물씨앗, 35종의 나무샘플, 국산목재 생산가공품 샘플 등을 전시 관림하도록 꾸며져 있다.

■ 고향동산
이곳에는 고향정과 잔디광장 등 쉴 공간이 많으며 전통놀이마당을 마련해 제기차기, 팽이치기, 사방치기, 널뛰기, 고무줄, 투호놀이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토속농작물과 함께 맥문동, 물레나물, 삼백초, 부용 등 20여종의 양용식물원과 층층나무, 보리수나무, 산딸나무가 식재된 향토수목원과 부처꽃, 낙상홍, 목수국, 비비추 등 80여종 25만본의 야생화 단지가 조성돼 있다.

■ 조류원
최고 12m 높이에 20동의 사육사를 갖춘 이곳에는 연못과 모래사장을 조성해 공작 등 25종 120마리의 각종 조류들이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 무궁화동산
공원배수지 하단부 1만 1천500여㎡ 부지에 설치한 이곳에는 품종개량한 무궁화 등 36종 5천725그루의 수목과 벽천폭포 등이 있어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 생금우물
생금집 전설에 등장하는 황금닭이 있었던 곳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인들이 이 샘을 독점해 조선사람들의 접근을 막았을 정도로 물 맛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숲속체험과 자연관찰을 통해 시민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는 숲속교실과 풍어와 안전을 기원했던 제단(祭壇), 그리고 조선 인조 14년에 발생한 병자호란 당시 두 아들과 함께 청나라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원성모 장군의 순국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옥구공원은 이러한 자연생태관찰 못지않게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 시설들도 적지않다.

특히 인조잔디구장, 농구코트, 궁도장, 씨름장, 건강지압원, X-게임장(인라인스케이트)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청소년 예술축제·사커페스티벌 등 연중 다양한 문화·체육행사 개최가 가능해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함께 옥구섬 정상에 자리잡은 '옥구정'에는 낙조와 원경 조망이 가능하도록 전망데크가 만들어져 있으며 이곳에서의 서해낙조 관망은 가히 환상적이라는 것이 관광객들의 전언이다.

/시흥=김신섭기자 blog.itimes.co.kr/sskim

/사진제공=시흥시·코인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