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광 동양탄소고문 코카서스 기행기
2007년 8월 11일 (토, 제21일)

키에프의 페체르스카 대수도원. 동슬라브에서 가장 오랜역사를 지닌 정교문화의 원천이다.
'만만디'를 떠나고 바쿠의 동쪽, 비나 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배화교사원에는 35분 만에 도착했다. 배화교(拜火敎)는 글자 그대로 불을 숭배하는 종교로 BC 7세기 조로아스터(Zoroaster)를 개조(開祖)로 시작되었으며 기원전 600년경에 오늘날 이란 전역에 퍼졌으며 기원전 5세기에는 이미 그리스 지방에 까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조로아스터교는 창조신, 아후라 마즈다 (Ahura Masda)를 중심으로 선과 악의 질서 및 세계를 구분하는 특징으로, 이러한 이원론적 교리는 그리스도교, 유대교, 이슬람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 후 널리 중국이나 인도로 전해져 이슬람세력이 대두되기까지는 오랫동안 서아시아 일대의 주요한 종교였다.

코카서스는 옛날에는 배화교(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 짙었으나 4세기에는 그리스도교, 8세기에는 이슬람교가 침투하고 이것이 서로 엉키면서 정착하여 서로 영향을 미쳤다.

구 소련시대의 초기에는 그리스도교 교회나 이슬람교 사원은 파괴되고 교단의 재산은 몰수되는 등 종교탄압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구 소련정권이 안정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수행하기 위해 종교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스탈린정부는 정교회와 화해하였다.

바쿠 근교에 있는 이 배화교사원은 18세기에 창건되었으며 인도북부와 지금의 터키, 시리아지방을 연결하는 중계지로 번영하였으며 상당히 시대가 흐른 뒤에도 승려나 신도의 왕래가 있었다는 것을 학자들은 알고 있다.
이곳 사원은 불교로 치면 본존(本尊)에 해당된다. [영원한 불꽃]을 가운데 두고 예배를 하는 광장과 그 주위에 돌로 축조된 승방만 있어 아주 간소하다. 나는 매우 실망했다. 그래도 승방에 남아있는 생활용구나 벽화 등에서 옛날의 사원의 모양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조로아스터교는 이슬람의 영향으로 교세가 상당히 쇠퇴하였다.

바쿠 시내로 돌아와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에 바쿠의 비나(Bina)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수속을 할 때 모든 큰 가방은 세 번이나 X선 검사를 받았다.

그 다음은 몸 검사를 받을 때 X선 문을 지나가기 전에 허리띠까지 풀라고 한다. 마치 무장해제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철저하게 하는 것은 안전을 위한 것이니 불편해도 감수해야 한다. 작은 유리병의 꿀, '먹는 샘물 병' 등도 모두 압수하고 있었다.

오후 4시 30분, 우리들이 탄 비행기는 바쿠를 이륙했다. 바쿠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기종은 러시아 비행기가 아니고 유럽에서 제작한 '에어버스'였으나 가운데 좌석이기에 좁아서 혼났다.

모스크바 공항에는 2시간 45분 만에 도착했다. 지루하게 3시간 40분이나 기다렸다가 오후 10시 10분 모스크바를 이륙했다.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 제작한 ИЛ-96-300형이다.

영화도 볼 수 없고, 음악도 들을 수 없으니 자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쉽게 잠이 들지 않아 이것저것 이번여행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이번 여행은 고생도 많이 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매우 유익한 여행이었다. 이제 한잠 자고 나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코카서스 언어
 
약 50종류의 다른 언어가 사용되고 있는 코카서스를 중세의 아랍 지리학자들은 언어의 산 이라고 말했다.
 
계곡을 하나 넘으면 다른 말이 사용되는 경우도 흔하며 한 마을에서만 사용되는 언어도 있다. 언어인구를 보면 아제르바이잔어 700만 명, 아르메니아어 400만 명, 그루지야어 360만 명, 체첸어 70만 명, 아바르어 60만 명,체르케스어 50만 명이며 나머지 언어는 대부분이만 ~ 천명 단위이다.
 
코카서스 지방에서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주식은 밀과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이다. 특이한 것은 그 빵 속에 야채와 치즈가루를 싸서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