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동양탄소고문
구 시가의 중심인 아바노스 거리엔 거대한 철모를 엎어놓은 것 같은 하맘(터키식 목욕탕)이 눈에 띄게 많이 있다.
구 시가의 중심인 아바노스 거리에 들어섰다. 이 부근에서는 거대한 철모를 엎어놓은 것 같은 하맘(터키식 목욕탕)이 여러 곳 나타났다. 조금 더 가서 무특바리 강변의 절벽 위에 세워진 메테히 교회에 갔다. 넓은 교회마당에 5세기 후반의 이베리아 왕이며 트빌리시의 창설자인 와프탕·골사가리 왕의 커다란 기마상이 서있다. 십자형 돔(dome)이 있는, 이 교회는 여러 번 재건되었으나 설계자체는 5세기의 창건당시 그대로다. 교회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요새는 19세기에 감옥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막심 고리키'도 이곳에서 복역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매일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서 감옥이었다는 어두운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교회입구에 구걸하는 여인이 서서 손을 내밀고 있다.

교회아래 언덕길을 내려가서 구 시가의 아워라바리 구역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그 옛날 이 땅을 정복한 페르시아의 향기가 감돌고 있다. 구 시가는 19세기에 지은 목조건물이 연달아 이어지는 조용한 거리다. 집집마다 2층 난간에는 투조(透彫, 투명한 조각장식)의 페르시아 양식 발코니가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발코니와 발코니 사이에 맨 줄에는 빨래가 바람에 휘날리고, 그 아래서 아줌마들의 수다 떠는 소리가 요란하다. 동양적인 분위기와 서양문화가 미묘하게 섞인 트빌리시의 매력이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곳이 구 시가다. 구 시가는 옛 거리를 보존하기 위해 도로를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하지 않는다. 도로공사를 해도 파낸 돌을 도로 묻어서 본래대로 하여야 한다.
 
성 3위일체 교회


세반 호수의 성마리아 교회.
한 손에 술잔을 든 <축제분위기 돋우는 사람>이란 묘하게 생긴 동상이 있는 곳을 지나니, 이 부근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지금 그루지야 정교의 총본산으로 되어 있는 시오니 교회에 도달했다. 5세기에 창건된 후 여러 번 재건되었다. 지금 우리들이 보고 있는 건물은 13세기에 세워진 것이다. 제단을 향해 왼쪽에는 4세기, 그루지야에 그리스도교를 전했다고 하는 카파도키아에서 온 '성 니노'의 십자가가 있다. 이것은 두 구루의 포도나무 가지를 그녀 자신의 머리로 엮어 만든 십자가이다. 진품은 안에 보관되고 이것은 모조품이다. 이 교회에는 하루 종일 끊임없이 신자들이 찾아오고 장엄한 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반바지를 입은 길석환 선생이 다리를 가리기 위해 보자기를 둘렀는데 그것이 우스꽝스러워 모두 웃었다. 부근에 안티스하티 교회가 있어 들렸다. 이 교회는 구 소련시대에는 목욕탕으로 되어 버렸다고 한다.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교회로 다시 복구되었다.

오후에 국립박물관으로 갔으나 2층과 3층은 수리 중이어서 1층의 그리스도교 유물과 지하의 '미라' 2구만 보고 '성 3위일체 교회'로 갔다. 거대한 부지에 모두 10개의 교회가 들어서 있다. 안에서는 여러 쌍의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갑자기 요란한 소나기가 쏟아졌으나 곧 그쳤다.

저년식사의 식당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그루지야를 방문했을 때 그루지야 대통령과 만찬을 한 식당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의아해해 했으나, 실제로 그 방은 그 당시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앉은 의자는 안쪽에 있었다. 오늘 하루는 엄청난 거리를 장시간 걸었다.
 
/글 사진 황규광 동양탄소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