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몸을 팔았던 기생이라 하더라도 만년에 한 남편만을 섬기면서 정조를 지키면 그 동안의 기생생활도 거리낌이 없다고 할 수 있고, 정숙한 부인이라 하더라도 머리털 희어서 정조를 잃게 되면 반생의 깨끗한 고절(高節)도 모두 허사가 된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때 정조를 지키려다 왜인이나 호인에게 죽임을 당한 많은 여인이 있는가 하면, 정조를 못 지켜 자살한 여인도 많았으며, 정조를 빼앗겼다는 것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여인도 많았다. 그래도 여인의 큰 덕목은 자기 자신을 지킴으로 가족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했다.

대경망세어록에 보면 여성들에게는 하늘이 내려주신 세 가지 큰 힘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색으로 남자를 사로잡는 것, 둘째는 아내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 셋째는 듬직하게 어머니 자리에 앉는 것으로, 뛰어난 여자는 이 세 가지의 힘을 하나로 해서 남자를 꽁꽁 묶어 버린다고 하였다.

현숙한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육친을 화목하게 하지만, 영악한 부인은 남편을 천하게 하고 음험함을 좋아해 육친의 사이를 깨뜨리게 한다. 그래서 집에 현명한 아내가 있으면 어떠한 상황에 이르더라도 남편이 뜻밖의 재앙에 이르지 않고 가족이 안온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

몇 해 전의 일이다. 모임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는데 화려한 색상의 머플러가 잘 어울리는 여자가 조심스레 자신의 운세를 물은 적이 있었다.

여자 사주에 남편을 극하는 상관이 많으면 반드시 일부종사가 어렵게 되는데 바로 이 여인이 그랬다.

상관성은 영민함과 총명성을 나타내는데 무엇보다 배짱이 두둑하고 감정기복이 심해 변덕스럽다는 평을 듣게 된다. 순발력이 있는 반면에 실증을 빨리 내고 열정적 성품으로 이성을 대함에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잦은 남성 편력으로 한 남자의 지어미로 살기에는 부적합한 여인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시 壬午년(2002년)은 남편을 극하는 상관성이 유년 운에 또 오는지라 세 번째 남편과도 이혼으로 끝을 맺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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