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친 김대중대통령은 13일 부인 이희호여사와 함께 시플리 총리내외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뉴질랜드 국빈방문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김대통령 숙소인 칼튼호텔에서 양측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빈만찬은 실내악과 청소년합창단의 합창이 만찬 분위기를 돋우는 가운데 2시간동안 진행됐다.

 김대통령은 만찬 답사에서 『양국의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는 교역과 투자의 확대라는 실질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며 양국간 경제협력의 잠재력을 역설했다.

 또 김대통령은 양국간 문화·인적 교류의 확대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오클랜드대학과 웰링턴 국제문제연구소에서 한국학 강좌가 시작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웰링턴의 화이트커버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남녀 대학생 2명이 『꼭 김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주최측에 부탁, 만찬장까지 들어와 박준영 청와대대변인의 소개로 김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시플리 총리는 『뉴질랜드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지금은 비록 소수이지만 각 대학에 한국강좌와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뉴질랜드가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참정권을 인정하고 1일 8시간노동제를 가장 먼저 정착시킨 나라임을 상기시키며 『이런 국민적 저력이 뉴질랜드성공의 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시플리 총리는 이에 앞서 만찬사에서 31년만에 이뤄진 한국대통령의 국빈방문을 환영하면서, 특히 김대통령이 한국산 배를 선물로 가져온 것을 가리켜 『뉴질랜드에선 친구들끼리 좋은 음식을 가져와 서로 나누는 것이 전통으로 남아 있다』며 『김대통령이 첫 뉴질랜드 방문 선물로 한국배를 가져오신 것을 알고 정말로 기뻤다』고 말했다.

 시플리 총리는 김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기조연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어떤 APEC 국가도 지난 18개월동안 한국만큼 경제개혁을 위해 힘쓴 국가도 없는 만큼 개혁을 통해 지역경제를 강화하려는 정상회의 발제자로 대통령각하만한 적임자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김대통령의 경제개혁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개혁의 어려움과 관련, 시플리 총리는 『뉴질랜드 국민들은 개혁이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며 『개혁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어쩔 수 없이 고통이 따르지만 장기적으론 가치있는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에 참석한 뉴질랜드 인사들은 또 김대통령이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 유혈사태 종식을 위해 이니셔티브를 취한 점을 화제로 삼아 아시아 민주주의에서 김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