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층 욕심 포기해야 나무 위에서 내려올 것"
"인천시민의 쉼터인 계양산을 훼손하는 골프장 개발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개발 계획 철회 없이는 나무 위 시위도 중단될 수 없습니다."
벌써 나흘째 계양산 자락에서 10m 높이의 소나무 위에서 홀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천녹색연합 신정은(28·여) 간사.
신 간사는 계양산 롯데골프장 건설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이 인천시에 제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26일 새벽 서둘러 계양산 골프장 계획부지에 있는 소나무 위로 올랐다. 인천시민의 쉼터인 계양산 개발을 막기 위해서다.
높이 10m나 되는 나무 위에서 밤낮 없이 홀로 시위를 벌이는 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신 간사의 의지는 굳다. 계양산 개발 계획이 완전히 철회되지 않는 한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다.
"인천시민을 비롯해 부천과 서울 등 인근 지역에서 하루 1만 여명이 자연 속 쉼터로 이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인천의 대표산인 계양산이 일부 특권층을 위해 훼손되는 것을 어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계양산은 지난 1960년부터 소나무 숲이 조성되고 보전되면서 늦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 등 수도권에서 보기 어려운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고, 도롱뇽과 버들치, 소쩍새와 오색 딱다구리 등이 서식하는 명실공히 '인천의 허파'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난 1980년대 말부터 건설업체의 계양산 개발이 추진되면서 지역 시민·환경단체의 싸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51개 지역 시민단체가 골프장건설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고, 시민산행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신 간사는 "다음달이면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이 상정, 결정된다고 한다. 통과되면 계양산의 수많은 나무가 포크레인 등 중장비에 의해 파헤쳐 질 것"이라며 "부디 나무 위의 생활이 길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내려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호기자 blog.itimes.co.kr/jayoo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