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위 발족 예정 "유족 억울함 풀 때까지 싸움 멈추지 않아"
"당시의 기억을 한시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족들의 시신을 찾을 수 없다면 죽음의 진상이라도 밝혀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가칭)인천지역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위원회 유가족 대표를 맡은 인천 강화희생자유족회 회장 서영선(69·여)씨. 서씨는 지난 1950년 열 두살 때 사라진 어머니와 막내 남동생(당시 1살)을 잊을 수 없다. 50년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밤잠을 설친다. 금방이라도 가족들이 살아 돌아올 것 같은 기대 때문이다.
서씨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군청에서 3개월동안 인민군 일을 도운 것이 이유가 돼 화를 당했다. 인민군이 북으로 퇴각한 뒤 국군이 마을을 장악하면서 서씨의 가족들이 부역자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아버지는 연락조차 없이 사라졌습니다. 어머니도 6남매를 키우며 집안 일만 하다 희생당했습니다."
서씨는 아직도 향토방위군에 끌려가던 어머니의 뒷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뒤로 어린 동생들도 굶어 죽거나 의문의 죽음을 당했지만 하소연 조차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군사독재 시절 좌익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진상규명은 커녕 정상적인 직장생활 조차 할 수 없었다.
서씨는 평생 가슴속 깊이 맺힌 한을 풀기위해 강화희생자유족회에 이어 오는 11일 (가칭)인천지역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위원회의 발족을 앞두고 있다. 생사조차 확인 할 수 없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 대정부차원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강화에서만 희생된 민간인이 1천명입니다. 인천지역은 전체로 보면 적어도 2만여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서씨가 이끌고 있는 강화희생자유족회를 비롯한 희생자 가족들은 대부분 힘든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진실규명을 위해 앞으로도 긴 싸움을 벌여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씨는 "목숨이 남아있는 그날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라며 의지를 다진다.
서씨의 어머니와 동생같은 희생자들이 인천지역에 남아있는 한 앞으로도 죽는 그 날까지 진상을 규명하고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김지환기자 blog.itimes.co.kr/art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