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숨을 곳은 없을까요?"
"어디 숨을 곳은 없을까요?"
  • 승인 200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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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유키코
 군인들은 덤불 속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무차별로 총을 쏘아댔다. 그러나 덤불 속에 있는 사람도 만만치 않게 응사를 해왔다. 그들은 한동안 총격전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군인들은 특수전을 위해서 조련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사냥을 하듯이 덤불 속에 있는 사람을 공격해 들어갔다. 우리는 그 광경을 공포에 질린 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우리도 그들에게 발각되면 현장에서 사살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우리는 강간 피해지인 여자애까지 데리고 있었다.
“놈을 생포해.”
중사가 소리쳤다. 그러자 나머지 군인들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갔다. 덤불 속에 있는 사람이 잡히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생포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더구나 덤불 속의 청년은 보조 무기인 권총을 휴대한 상황이었다. 그것도 45구경 권총을. 나는 군대의 경험으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M16소총 소리와 45구경 권총의 폭발음은 음향 자체가 달랐다. 거기다가 사거리와 위력까지 큰 차이가 났다. 군인들이 덤불 앞으로 막 다가갔을 때, 몸을 숨기고 있던 청년이 후닥닥 뛰쳐나왔다. 그리고는 산 위쪽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청년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시내 여관에서 만났던 바로 그 청년이었다. 청년은 45구경 권총을 손에 든 채 사력을 다해 산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나 군인들도 날쌔기는 마찬가지여서, 청년과 군인들의 사이는 점점 더 가까워져 갔다. 하지만 청년은 멈추지 않았다.
“안 되겠다. 사살해 버려!”
중사 계급장을 단 군인이 소리쳤다. 그러자 그들은 도망치는 청년을 향해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우리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아니, 청년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광경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아주 잔인하고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청년은 온몸에 총을 맞고 그대로 거꾸러졌다. 그러자 군인들이 청년 쪽으로 다가가 확인 사살을 했다.
“이하사가 나머지 조치를 해.”
중사의 말이 떨어지자 이하사라고 불린 군인이 야전삽을 빼들었다. 그리고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중사가 옆에 서 있던 강병장에게 말했다.
“아까 그 계집애는 어떻게 됐어?”
“처치했습니다.”
“그럼 사체는?”
“그냥 거기에 놔두고 왔습니다.”
“빨리 가서 묻어버려. 아무도 못 찾게.”
중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병장이 몸을 움직였다. 우리는 허겁지겁 덤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그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이미 사위는 캄캄해져 있어서 덤불 속은 어느 정도 안전했다.
우리는 덤불 안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숨어 있었다. 그리고는 숨을 죽이며 덤불 속에서 기어나왔다. 언제 어디서 군인들의 총알이 날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곳은 시 외곽이었다. 다른 군인들이 매복해 있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우리는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온몸이 떨리고 소름 돋는 공포만이 온몸을 엄습할 뿐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헤맨 끝에 마을 어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을은 조용하고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우리는 불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민가로 들어섰다. 그러자 문이 열리며 노파 한 사람이 머리를 내밀었다.
“뉘시오?”
노파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듯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사정했다.
“다친 사람이 있습니다. 어디 숨을 곳은 없을까요?”
“다친 사람이라우?”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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