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유키코-7
 
 (제91회)
 
 우리는 대충 홀 안을 정리하고 먹을 것을 찾았다. 긴장을 한 상태에서 길을 헤맨 탓인지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유키코와 나는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을 꺼내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그녀도 조금 전과는 다르게 한결 기분이 밝아져 있었다. 우리는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은 물론이고, 선반 위에 놓아둔 오징어와 안주 부스러기까지 모조리 해치웠다. 우리가 한참 배를 채우고 있을 때, 누군가 다방 문을 두드렸다. 우리는 먹는 걸 중단하고 밖의 동정을 살폈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돌아가기를 기다리며. 그러나 밖에 있는 사람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마주 보았다.
 “혹시 주인이 돌아온 건 아닐까요?”
 유키코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주인은 아닙니다.”
 “그럼 누구죠?”
 “글쎄요. 손님도 아닌 것 같고.”
 우리는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아니, 그것은 돌아가려는 태도가 아니라,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절박한 신호였다. 우리는 동시에 홀 안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각은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미 통행금지가 내려진지도 한참 지난 시각이었다. 계엄군은 시민과 폭도를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해가 지자마자 통금을 실시했고, 누구든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면 체포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시각에 다방을 찾아오다니. 우리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현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사람은 다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청년이었다.
 “총상을 입은 사람 같은데요.”
 내 말에 유키코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진압군 같지는 않은데요.”
 “……”
 “문을 열까요?”
 “부상을 당한 사람이라면서요.”
 “그렇지만 어느 쪽인지 정확히 몰라서.”
 “어느 쪽이라니요?”
 “그러니까 시민군이냐 아니면 진압군…”
 “진압군이 여기에 올 리가 있나요?”
 “하긴.”
 나는 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 상황에 진압군 시민군을 구별하려 하다니. 나는 다방의 출입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청년을 향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청년은 한쪽 발을 절뚝이며 다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밖에서 호각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어서 군홧발 소리와 함께 군인들의 위협적인 목소리도 들려왔다.
 “폭도는 어디로 갔나?”
 “이 골목 안으로 들어갔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놈이 총상을 입었으니까 멀리 못 갔을 거야.”
 그들은 청년을 찾고 있었다. 나는 얼른 다방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청년을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다행히 청년은 대퇴부에 가벼운 총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청년의 상처를 물로 닦아내고 헝겊을 찢어서 묶었다. 머리가 덥수룩하게 자란 청년은 치료가 끝나자, 우리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나와 유키코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처를 치료해 주니까 누구냐고 묻다니.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청년을 쳐다보았다. 청년이 재차 물었다.
 “당신들 도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요?”
 “우리요?”
 “그렇소.”
 “우린… 그냥 좀 쉬어 가려고.”
 “아, 그래요? 난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