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오늘 저녁 공식 폐막된다. 2005년의 ‘파행’으로 인해 말도 많았고 탈도 많은 와중에 열린 이번 PiFan이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어느 해 PiFan보다도, 또 국내외 그 어느 국제 영화제보다도 더 또렷이 크고 작은 가능성 및 한계를 동시에 남긴 채, 막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장, 단편 포함 총 2백 수십 편에 달한다는 초청작 중 고작 20편도 채 보지 않은 마당에, 각 섹션의 영화들이 어떻더라는 식의 상투적 평가는 삼가련다. 다만 그 어느 때보다도 영화제를 열심히 찾으며 즐겼기에, 만족도가 꽤 높았다고만 말하련다.
 특히 올 칸에서 놓쳤던 화제의 옴니버스 단편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 프로젝트, ‘돌이킬 없는’ 등으로 악명 높은 가스파 노에 등 7명의 기성 감독들이 참여해 빚어낸 ‘디스트릭티드 : 제한해제’를 ‘금지구역’에서 만났고, 초등학교 적 본 장철 감독 왕우 주연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1967)를 다시 볼 수 있었던 것 등은 2006 PiFan에서 거둔, 단연 기억할 만한 수확이었다.
 PiFan의 더욱 큰 가능성은 하지만 정작 영화 바깥에서 발견했다. 1960년대 후반 이래 한 동안, ‘외팔이’ 캐릭터로 범아시아의 우상으로 군림했던 신화적 스타 왕우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은 것이야 전적으로 사적인 추억이니 넘어가자. 관객과 함께 한 메가토크에서 목격한 왕우 특유의 진솔함·격식없음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과 ‘킹콩’, ‘나니아 연대기’ 등으로 유명한, 세계 최고 최대 특수 효과 워크숍인 뉴질랜드 ‘웨타(Weta) 워크숍’ 및 전시회를 유치·개최한 건 올 PiFan의 으뜸 자랑이라 할 만한, 퍽 유의미한 성취다.
 이렇듯 제10회 PiFan은 적잖은 가능성들을 선사했다. 그러나 그 못잖게 가히 치명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한계를 극명하게 노출시킨 것 또한 사실이다. 개막 다음 날 직, 간접적으로 접한 영화제 운영과 연관된 숱한 사고·실수들이야 새로운 진용이 짜지면서 부득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치련다. 그래도 개막 공식 행사만 무려 1시간 40분 가량을 소요했던, 게다가 명색이 국제영화제라면서 영어 공식 통역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던 그들의 ‘선택’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지, 지금도 당혹스럽다. 7시 15분 쯤 시작된 개막식은 8시 45분이 지나서야 끝났고 개막작-전계수 감독의 ‘삼거리 극장’-상영은 9시가 다 되어 시작했기에 하는 말이다.
 내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정말 아니다. 그 많은 손님들을 모셔놓고는, 내부 인사들에게 공로상을 안겨주는 등의 ‘해프닝’을 벌이며 개막식을 그토록 지루·장황하게 펼치는 처사는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영화제에 좋은 평가가 주어지길 바란다면, 그건 불가능할뿐더러 무모한 욕망이 아니겠는가!/전 찬일(영화 평론가/숙명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