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각장애인볼링대회 4관왕 영예
▲시각장애인 볼링 국가대표 김정훈 선수
 “스트라이크를 쳤을 때 핀 10개가 동시에 쓰러지는 걸 볼 수는 없어도 경쾌한 파열음이 주는 짜릿함은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 버리죠, 볼링이 장애올림픽 종목에 채택되면 금메달도 따고 싶습니다.”
시각장애인 볼링 국가대표 김정훈선수(31·동두천시 송내동)는 지난 19일부터 7개국 34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 KBS 88체육관 볼링장에서 열린 ‘제3회 서울 세계시각장애인볼링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전맹(B1)부문에 출전, 개인전과 복식에서 차례로 우승해 4관왕을 차지했다.
어려서 정상시력이었던 김씨는 15살까지 생활에 불편이 없었지만 어느 때부터 눈 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해졌다. 인근 병원을 찾은 김선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망막시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이 질환은 당시 21살이던 꿈 많았던 청년의 시력을 완전히 빼앗아 갔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심한마 음의 상처를 받은 그는 한빛맹학교를 거쳐 잠시 직장생활을 해왔다.
컴퓨터통신을 통해 알게 된 김난희(29)씨와 2001년 결혼한 김씨는 그해 지압사로 전환해 안정적 수입을 올리게 됐고, 사각장애인 육상과 골볼, 야구선수로 활약해 장애인체전에서 입상하는 등 운동에 남다는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우연한 기회에 수원에서 열린 볼링대회에 초보자로 참가했다 볼링에 푹 빠진 김씨는 지난 2월 선발전을 거쳐 대표로 발탁돼 두달 후 실로암대회에서 개인전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 이는 애버리지 170대인 아내가 곁에서 개인코치로 지도하며 뒷바라지 해준 덕이었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눈가리개를 한 채 가이드레일을 따라 왼손을 이동하며 방향을 잡는 B1에 참가해 개인전(128.8점)과 복식(152점)에서 각각 우승하는 금빛 스트라이크 행진을 기록했다.
김 씨는 “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한 것은 뒤바라지 해준 아내 덕분”이라며 “앞으로 장애인올림픽에도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동두천=김태훈기자 (블로그)thkim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