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기발한 발상과 약간은 정상 궤도를 벗어난 시각으로 사물의

이면을 들춰내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신작.

 유전공학의 끔찍함을 SF 기법으로 묘사한 「플라이」, 자동차의 충돌과

성적인 욕망을 동일선상에 나열한 「크래쉬」에 이어 「엑시스텐즈」는

진짜같은 게임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묻는다.

 자아를 나비에 비유, 꿈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 장자처럼

크로넨버그 감독은 게임의 세계(가상현실)와 게임밖의 세계(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그는 현실과 비현실을 뒤섞어 놓음으로써 극심한 자아분열 현상에

천착해온 자신의 작가적 테마를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과 게임속의 현실이 교차하면서 뒤섞이는 발상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뭉클뭉클한 느낌의 게임기의 형태 등은 징그러운 괴물이

등장하는 SF 영화를 닮아 있으며 영화의 줄거리는 논리의 차원을 벗어나

판타지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엑시스텐즈」는 올해 개최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달 폐막한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