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하루종일 소비자들 전화받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당신네 김치는 괜찮은거냐, 아이들에게 먹여도 안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의예요. ‘깨끗하게 잘 만들었다’고 아무리 양심적으로 말해도 어디 지금같은 상황에서야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겠어요?”
 중국산에 이어 국내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는 정부 발표이후 김치를 만드는 대부분 업체가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인천 중구 해안동에서 20년 넘게 김치를 만들어온 고려농산 도 예외는 아니다. 조재풍 대표(58)는 인천시내 초중고교 및 중대형 병원 등 60여곳에 김치류를 납품하는 탓에 아이들 건강을 염려하는 학부모와 환자식 부실을 우려하는 병원쪽의 문의가 쇄도했다며 손을 내저었다.
 “안되겠어서 어제 우리 회사 김치를 정밀분석해달라고 한국식품연구원에 보냈다니까요. 김치업체들은 평소에도 6개월마다 그곳에서 김치 정기 검사를 받아요. 이상이 없다는 증명서류를 학교, 병원 등에 보내야 하거든요.” 900여곳으로 추정되는 전국 김치생산업체중 이번에 정부의 검사를 받은 곳은 500여곳. 고려농산 제품은 이번 검사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안전하다, 혹은 아니다’하는 답변조차 못하고 직원들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먹는 김치가 비위생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저희같은 경우 꼼꼼하게 수작업을 합니다. 배추, 무 등 하루 평균 2천500㎏에 이르는 물량을 처리하는데 숙련된 아주머니들이 지저분한 것을 다듬고 절이고 씻는 작업을 모두 손으로 해요. 속을 넣을 때도 위생복을 입고 철저하게 하지요. 김치를 먹고 탈 나는 사람이 많았다면 그렇게 많은 김치제조업체가 맥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겁니다. 뉴스에 보도됐습니다만, 기생충 알도 사람 몸속에 들어가면 생존할 수 없어서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하잖습니까.”
 아내 등 단 세 명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20여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컸지만, 공산품과 달리 생물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항상 노심초사다. 올랐다 내렸다 하는 배추 및 양념류 값, 요즘같은 기생충알 파동 등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저희를 비롯해 김치 제조 업체들이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야지요. 지금보다 더 나은 재료로 더 깨끗하게 더 맛있게 김치를 만드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손미경기자 blog.itimes.co.kr/mi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