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추억의 불량식품’
 30대를 전후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3색 맛 쫀듸기’, ‘호박꿀맛나’, ‘달고나’, ‘포도당 과자 아폴로’, ‘구워먹는 쫄쫄이’ 등을 한번 사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불량식품’이라며 그렇게 혼내던 어머니 몰래, 언제 용돈이 떨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즐겨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인천 구월동 국민은행 뒷길에 가면 추억속 불량식품을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다.
 “불량식품이요? 아녜요. 엄마들이 먹으면 배탈난다고 사먹이지 않는데 여지껏 이거 먹고 배탈난 사람 한번 못봤어요. 방부제를 절대 쓰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 몸에 해롭지 않아요.”
 82년산, 50만㎞를 넘게 뛴 빨간색 ‘포니2’에 하나가득 ‘불량식품’을 실어와 팔고 있는 김현정(55·가명)씨는 곰팡이가 슬어 진열대에서 빼놓은 ‘쫄쫄이’ 한 봉지를 들어보이며 불량식품 아닌 ‘불량식품’을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해로워 보이는 물건은 부모가 없으면 팔지않는 상도덕도 잘 지킨다.
 김씨는 1992년까지 대구에서 제법 큰 문방구용품 도매상을 했다. 그러다 경기난에 사업을 접고 있던 중, 언니의 아이디어로 추억의 식품 판매에 나선 것. 1년전부터 구월동에 좌판을 벌이면서 구월동은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주말이면 서울 대학로로 출장갑니다. 식품도 그렇지만 23년이나 된 ‘포니2’를 보고 마냥 신기해 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어요. 하루 100번 넘게 사진에 찍힌 적도 있어요. 대학 졸업식이나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에 빠지지 않고 찾아가다 보니 여러 방송에 출연했죠.”
 사정이 이러다보니 ‘유사 불량식품 판매상’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래서 그런지 김씨는 언론에 더이상 노출되길 꺼려했다. 또다른 경쟁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가 포니2에 싣고 다는 것은 불량식품 뿐만 아니다. ‘간담’, ‘쥬레인저’, ‘수퍼로봇총출동’ 등 즐겨보던 만화속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는 ‘딱지’도 살 수 있고, 종이인형과 주사위 놀이판도 구할 수 있다. 당시 200원하던 것이 지금은 2천원을 호가한다.
 “더 이상 딱지를 생산하지 않아요. 재고로 갖고 있던 딱지는 이미 다 팔았죠. 수소문해 전국을 돌며 구하고 있지만 이제는 돈있어도 못사요. 옛날에는 애물단지였는데 지금은 보물이 된 거죠.” 김씨는 불량식품이 아닌 추억을 팔고 있는 것이다. /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