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은 정성이 반이라 했다.
 재료를 일일이 정갈하게 다듬는 일은 기본이고 음식에 들어갈 양념들도 갖가지 공을 들인 후에야 탄생하는 법이다.
 고춧가루 하나를 얻기 위해서도 따가운 햇볕 아래 붉은 고추를 널어 말리고 걷는 수고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때문일까. ‘우리 음식이 우리 몸을 이롭게 한다’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웰빙’, ‘잘 먹고 잘사는 법’을 실천하는 것은 바로 우리 음식을 많이 먹는 일이 됐다. 패스트푸드와 훼밀리 레스토랑을 찾던 발길들이 청국장에 열광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웬만한 한국 음식들을 모두 맛볼 수 있는 ‘한정식’은 몸도 눈도 만족시키는 상차림이다.
 ‘한정식’이란 유래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의견들은 분분하지만 전통 음식들을 먹기좋게 내놓아 요즘 남녀노소들이 즐겨 찾는 메뉴로 인정받고 있다.
 볶고, 지지고, 무치고, 삶는 등 다양한 조리방법이 한 상에 모두 펼쳐지다보니 어른이나 아이들의 입맛을 당길 만한 것들이 한둘 이상 올려져 있게 마련이다.
 ‘백반’과 ‘한정식’의 경계가 모호해 지면서 이른바 ‘한정식’의 코스별 가격도 올라가고 있는 등 점점 고급요리로 자리잡고 있다.
 몸에 좋은 우리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산 32-4 ‘녹원 한정식’은 사람들의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가격과 음식맛은 물론 분위기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춰 찾는 이들의 발길을 즐겁게 한다.
 3천여평 규모의 대지위에 가정집을 개조한 음식점은 그야말로 생태공원이나 다름없다.
 깻잎이며 도라지, 풋고추 등 직접 재료를 키우는가 하면 자연이 선사하는 나물들을 수시로 채취해 반찬으로 활용한다.
 가득한 한 상을 받아 음식을 먹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이 풍경화처럼 펼쳐져 ‘무릉도원’을 연상케 할 정도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만나는 ‘녹원’의 상차림은 과연 어떤지 만나보자.
 먼저 9천원 부터 시작하는 기본 한정식은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하다.
 배추김치, 열무김치, 갓김치, 무말랭이 무침, 장아찌 등 밑반찬만도 14개가 훌쩍 넘는다. 여기에 호박, 가지, 명태 등 제철 재료들을 이용한 각종 전과 먹음직스럽게 윤기를 발하는 잡채, 고소한 꽁치 통 구이도 ‘꿀꺽’ 군침을 돌게 한다.
 그렇다고 이것이 상차림의 끝은 아니다. 물 좋은 낙지를 매콤하게 무친 낚지 볶음과 탁주 한사발을 생각나게 하는 쌉싸름한 도토리묵 무침은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다.
 저렴한 가격의 밥상이라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는 법. 풋고추를 넣은 구수한 된장찌개와 푹 익은 김치를 넣고 끓인 김치지짐은 입안까지 개운하게 만든다.
 푸짐하고 건강한 상차림 앞에 젓가락을 들고 있어도 쉽게 방향을 정하지 못한다.
 파랗고, 노랗고, 붉은 색의 갖가지 음식들과 반찬들이 눈을 어지럽히는 등 순간 기분 좋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장어정식(1만5천원), 게장정식(1만8천원), 진지상(3만 원) 등이 메뉴로 올라와있다.
 ‘진지상’이 ‘녹원’의 최고 비싼 상차림인 만큼 먹거리도 푸짐하다. 갈치조림, 생선회, 전복회, 인삼 새우튀김, 오리훈제, 소꼬리 찜, 삼합, 구절판, 세발 낙지 등이 주 요리들로 다른 음식점에서는 5∼6만 원짜리 상차림으로 비유된다.
 또 별도로 판매되는 보리밥과 돼지 보쌈, 해물파전 등도 색다른 먹거리다.
 음식을 팔면서도 남는 것이 없다는 강갑님(55) 사장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넉넉한 인심을 자랑한다.
 두 곳의 한정식 집을 15년 간 운영해 왔지만 3년 전 부터는 ‘녹원’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상차림에 오르는 음식들에는 직접 솜씨를 발휘하며 정성을 기울인다.
 무엇보다 ‘음식에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강 사장의 소신이다. 담백한 자연 그대로 맛을 낼 때 우리 음식의 진가가 발휘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밥 한 공기도 쉽게 내놓지 않는다. 모든 상차림에 가마솥 밥을 내놔 고슬고슬한 밥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청국장과 고추장 등 음식에 꼭 필요한 전통 소스들은 음식점 아래 마련된 움막에서 직접 담근다.
 특히 청국장은 지푸라기를 넣는 등 천연 발효를 이용한 전통재래식 방식만을 고집, 음식맛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이다.
 “우리 음식은 무조건 손이 많이 가야 몸에도 좋고 맛도 좋아지는 거여. 귀찮다고 손쉬운 방법만 찾다보면 손님들이 맛으로 금세 느끼기 마련이야.” 강 사장의 말이다.
 많은 돈을 소비하지 않더라도 맛있는 음식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맛보여 주고 싶다는 강 사장.
 손님들에게 맛 배기 청국장을 나눠주는 후한 인심을 가진 그의 음식철학이 정감있게 느껴진다.
 “좋은 재료에 정성으로 양념을 했습니다. 색다른 분위기에서 좋은 음식 많이 들고 가세요.”
 쑥스럽다며 손님들에게 조심스럽게 건넨 강 사장의 말이다./글=이은경기자·사진=유중호기자 blog.itimes.co.kr/bulgo·kppa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