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책> 구수한 큰 맛, 진홍섭 저
 “조선미술에 있어 ‘구수한 큰맛’이란 확실히 특징적 일면이요, 번역할 수 없는 일면이다. 중국의 미술은 웅장한 건설미가 있으나 이 구수한 맛은 없는 것이며, 조선의 미술은 체량적으로 비록 작다 하더라도 구수하게 큰맛이 있는 것이다.” (고유섭의 ‘조선고대미술의 특색과 그 전승문제’ 중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이자 미학자인 우현(又玄) 고유섭 선생의 한국미술사연구서 ‘구수한 큰 맛’이 우현의 제자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진홍섭 전 이화여대 교수가 엮어 펴낸 ‘구수한 큰 맛’은 우현히 책을 낼 당시 난해한 한문투의 문장을 한글로 쉽게 풀어썼다. 발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출처, 어려운 한문 원전의 해석, 전문용어 해설, 해당 도판자료의 수록 등을 자세하게 담았다.
 ‘구수한 큰맛’은 조선 미술의 성격, 조선의 고적, 미술 제작자, 순례기 등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이 책에 수록된 총 24편의 글에는 우현의 사상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현은 1933년 개성박물관장으로 부임, 재직 10여년간 우리나라 전역을 직접 답사하면서 유물유적과 미술작품을 연구했다. ‘조선탑파의 연구‘, ‘조선의 청자’, ‘송도의 고적’ 등 많은 연구업적을 남겼다. 한국미의 특질을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성’으로 정의하고, 우리의 전통미를 ‘구수한 큰맛’으로 표현했다.
 (주)다할미디어는 올해 우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 이 책을 엮은 진홍섭 전 이화여대 교수는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함께 개성지역에서 배출된 고유섭 선생의 1세대 제자다.
 진 전 교수는 “우현 선생은 민족과 전통 그리고 문화와 정신을 말살하려는 일제하 질곡 속에서도 전통과 문화를 밝히고 그 유산의 진수를 찾는 데 생애를 바쳤다”며 “이는 민족의 존폐와도 같은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현의 학구적 목표를 향해, 모두가 무관심 속에 묻혀 있던 민족이 이루어놓은 미(美)의 모습을 밝히는 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던 선구자의 모습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378쪽. 1만5천원. ☎(02)3446-5381 /김주희기자 (블로그)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