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대 이사람, 최영섭 작곡가
 ‘그리운 금강산 작곡가’라는 수식어가 이름처럼 붙어다니는 최영섭(77) 선생에게 오랫동안 길들여진 일상이 하나 있다. 매달 둘째 화요일이면 아침부터 설렌다. 클래식 마니아들과 음악의 심연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전 프로그램을 넘겨받아 곡 해설에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 머리속에서 정리를 마친 상태다. 덧붙일 내용은 없나 점검을 한다. 늘 그렇듯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서울 서대문 집에서 경인 국철을 타고 인천 구월동 인천종합문예회관까지 나들이가 명랑함으로 가득하다.
 인천음악애호가협회(회장·이용상)가 한달에 한번 여는 ‘영상음악감상회’. 1988년 클래식 동호인이 모여 협회 결성후 지난 2003년 6월까지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이다. 최 선생은 결성 당시 초청고문 자격으로 줄곧 해설과 진행을 맡아왔다.
 “고향 사람들을 위해 작은 헌신을 하자는 것이 참여 동기였죠. 비록 한달에 한번이지만, 맡고 있는 일이 많다보니 스케줄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둘째 화요일은 중요한 약속이 잡혀도, 천만금을 준다 해도 사절해왔습니다.”
 협회 출발 당시 열 다섯에 불과하던 회원이 500여명으로 늘었다. 감상회마다 참가하는 인원은 100명에서 150여명. 초창기 전전하던 장소도 인천종합문예회관 개관(1994년) 후에는 국제회의실로 정해졌다.
 “제작년 6월연주회를 마치고 한 두달만 쉬고 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좋은 CD가 있다는 소리을 들으면 달려가 구하고, 프로그램을 짜고. 한편으로는 대관료 등 비용을 간부들이 추렴해 부담했는데, 지쳤던 거죠.” 누구보다도 아쉬움이 큰 최선생이었다.
 두달전 좋은 소식이 왔다. ‘한중문화원’을 개관한 중구청에서 영상음악감상회 진가를 높이 사 장소제공을 제안한 것이다.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로 옮겨 2년3개월만에 다시 시작하는 감상회다.
 “내 마음속 맛있는 사과가 음악 예술입니다. 혼자 먹을 수 없죠. 나눠 먹어야죠. 고향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보다 더 신나는 일이 또 있겠습니까.”
 음악 감상회에 대한 추억이 유독 많은 그다. 인천에서 보낸 청·장년기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선생은 전축을 들고 다니며 중구 동방극장 인근 다방에서 연 음악감상회를 꼽았다. “100회를 넘겼나 싶어요. 미국의 한 업체에 자동오디오를 주문, 택배로 받았지요. 당시 같이 듣던 이들이 오디오와 클래식 마니아가 됐답니다.”
 사실 어느때보다도 바쁘다. 오는11월11일은 ‘제1회 우리가곡의 날’. 지난해 음악계 원로와 중견 인사들이 위원회를 구성, 광복 60주년 시점에 맞춰 제정했다. 이때 선생이 제정 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요즘 청소년들은 11월11일을 ‘배빼로 데이’라 하더군요. ‘과자를 먹고 즐기는 청소년들의 날 우리가곡도 함께 즐기자’ 해서 이날로 정한 겁니다.”
 9월8일을 시작으로 11월10일까지 열번의 가곡연주회를 연다. 장소는 금호아트홀, 매회 21곡씩 모두 210곡을 성악가 80명이 순번을 정해 무대에 선다. 드디어 11월11일, 종로 홍난파 선생이 살던 집앞에 모여 길거리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가곡의 아버지를 기리자는 의미지요. 선생의 집을 ‘봉선화의 집’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마무리는 역시 인천사랑이다. “나서 자란 인천은 언제나 마음의 고향입니다. ‘그리운 금강산’도 숭의동 시절 만들었지요. 한상억, 유희강, 장인식, 박세림, 조병화 선생 등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계 중진과 동시대를 살았으므로 비로소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김경수기자 blog.itimes.co.k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