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을 누비는 선수들의 열정과 그 열정에 열광하는 관중의 함성이 그리웠습니다.”
 낭랑한듯 매력적인 목소리가 관중의 함성을 가로지른다. 순간 고요해진 관중석, 귀를 쫑긋 세우고 목소리에 맞춰 선수들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경기가 열리는 인천 시립 숭의야구장을 찾은 관중이라면 한번쯤 이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하기 마련이다. 얼굴 없는 장내 아나운서, 바로 김은영(38)씨다.
 스무살, 앳된 은영씨가 숭의야구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5년 인천시 야구협회 직원으로 입사하면서 부터다.
 “맨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삼미 슈퍼스타즈와 삼성 라이온스의 경기는 실수 투성이었죠. 전광판에 선수들의 배번을 잘못 입력했고 볼 카운트 또한 엉망으로 처리했으니까요.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빨개져요.”
 그렇게 시작한 장내 아나운서로 근무하며 김은영씨의 입을 거쳐간 프로팀만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80∼90년대 인천을 연고로 시민을 열광시켰던 그들이었다.
 그러다 아쉽지만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겼다. 결혼 때문이었다.
 “숭의 야구장 곳곳에 젊음이 묻어 있어요. 이 곳에서 남편도 만났으니까요.”
 김씨는 야구협회에서 태평양 돌핀스로 자리를 옮긴 후 1993년 당시 선수로 활약한 최강천(37)씨를 남편으로 맞았다.
 “당시만 해도 결혼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죠. 그런데 다시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주어진 거죠.”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김씨가 12년만인 올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당시의 목소리를 기억한 인천시 야구협회의 ‘러브 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살짝 살이 찌고 예전처럼 톡톡 튀는 목소리로 장내를 휘젓기는 힘들지만 능숙한 진행과 아줌마 같은 포근함으로 숭의 야구장을 지키겠습니다.” /이주영기자 blog.itimes.co.kr /leejy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