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이 돌아오거나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만 호들갑을 떨고 관심있는 척 하는 우리 현실을 본다면, 일본이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틈나는대로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당연해요.”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에 대한 망언 파동 때면 잠깐 들끓었다가도 다음 날이면 잊어버리는 요즘 세태를 질타하는 이주원(79) 옹의 쓴소리다.
 이 옹은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한강 이북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 독립만세 운동이었던 황어장터 만세운동 현장에서 일본 순사의 칼을 맞고 돌아가신 이은선 지사의 증손자다.
 이은선 지사는 당시 황어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심혁성 지사가 일본군 순사에게 잡힌 것을 보고 일경을 때려 심 지사를 구해냈지만 정작 자신은 일제의 칼에 희생당했다.
 게다가 현장에 있었던 이 지사의 두 아들도 옥고를 치르는 등, 이후 이 지사 집안은 힘든 세월을 살게 됐다는 것이 이 지사의 증손자 주원 옹 가계사다.
 고난으로 힘겨운 세월이 흐른 뒤 해방이 됐고, 어느덧 광복 60주년이 됐다.
 이 옹에게는 이번 광복절이 남다르다. 바로 오늘 증조부 이은선 지사의 숭고한 애국정신과 희생정신을 기리는 ‘순국지 표지석’이 순국한 바로 그 자리(계양1동 우체국) 에 세워지게 된 것이다.
 이 옹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이같은 시련의 가족사를 알았다. 이후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내내 자랑스런 마음으로 살아왔지만 정부가 지금껏 이 옹의 집안에 해 준 것이라고는 훈장 한 장과 메달 하나뿐이었다.
 그는 “국가는 나라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 애국자와 그 가족을 끝까지 책임지는 원칙을 보여줘야 하며 종군 위안부·원폭의 피해보상이든 과거사에 대한 사죄든 일본과의 문제 역시 국민이 원하는 수준에서 당당히 요구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휘기자 blog.itimes.co.kr/ywsong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