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거부로 국회 대정부질문이 무산된 5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특검제 문제를 둘러싼 양당간 의견조율을 서둘러 마쳤다.

 양당은 이날 오후 총무간 긴급회동을 갖고 「파업유도」 의혹 사건외에 「옷 로비」의혹 사건까지 특검제를 확대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특검제 범위를 놓고 양당이 이처럼 급격히 합의에 이른 것은 무엇보다 김종필총리의 격노가 원인이다.

 김총리는 이날 한나라당이 특검제에 대한 여권 단일안 제시를 요구하며 의사일정을 거부하자 국민회의측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대중대통령과의 합의를 통해 특검제를 확대실시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민회의 김영배 총재권한대행이 「총리는 총리고 나는 나」라고 말한데 대한 불쾌감이 폭발한 것이다.

 그동안 대야 강경입장을 고수해온 국민회의측은 야당의 전면 특검제 도입과 옷로비 의혹사건 국정조사요구에 대해 「절대 수용불가」입장을 견지한 반면 자민련은 경색정국 해소를 위해 야당의 주장을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중간자적 태도를 보여왔다.

 김총리의 지난 2일 특검제 확대수용을 골자로 한 국회 답변 이후에도 양당의 견해차는 현격하게 드러났다.

 국민회의측은 김총리의 발언에 대해 『옷로비 의혹사건까지 특검제를 하자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3당 총무회담 등에서는 『파업유도 의혹 사건에 한해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자민련은 『김대통령과 총리간에 합의한 일을 국민회의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나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김대행의 발언을 강력히 비난했다.

 김종필 총리의 격노가 터져나오자 국민회의측이 먼저 갈등봉합에 나섰다. 김대행은 이날 김총리측의 반응을 전해듣고는 의원총회 도중 황급히 자민련 국회 총재실로 박총재를 찾아가 『언론이 잘못 보도한 것』이라며 『김총리에게 적절한 경로로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행은 의총장에 다시 돌아와 『자민련이 내놓은 절충안을 한나라당이 수용할 경우 우리당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국민회의 손세일, 자민련 강창희총무는 이날 오후 긴급회동을 갖고 특별검사제와 관련한 양당의 입장을 조율, 「파업유도」 의혹외에 「옷 로비」 의혹까지 특검제를 확대 적용하되 국정조사는 「파업유도」 의혹에 한해 실시키로 입장을 정리했다.

〈조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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