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청약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변 집값 잡을 지는 `미지수'
    
   정부가 3일 당정협의에서 판교신도시 아파트 전매 제한을 10년으로 결정함에 따라 투기 수요가 상당부분 걷히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이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25.7평 초과 아파트에 대해 원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최초  분양자가  시세차익을 얻지 못하도록 채권입찰제를 병행하도록 함으로써 청약자의 초기 자금 부담이  상당히 커진 것도 판교 청약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채권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청약자의 분양가 부담은 당초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판교 아파트 공급정책 변화로 기존주택 가격을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며 판교에 몰렸던 소비자의 관심이 주변 분양시장으로 분산돼  용인  등의 분양시장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판교 청약 부담 커진다 = 원가연동제로 인해 판교 중대형평형의 최초 분양가는 낮아지지만 실제 청약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오히려 커질 전망이다.

    상당액의 채권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평당 1천300만원 수준이고 과거와 같이 채권을 분양가와 주변 시세 차이의 70%를 상한선으로 매입한다고 가정해보자.

    분당의 중대형평형 가격이 평당 2천만원 수준이니 그 차이는 700만원이고  이것의 70%는 490만원이 된다.

    이를 곧바로 할인받고 되판다 해도 할인율이 50% 안팎은 될 것으로 보여 평당 200만-300만원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더해지는 셈이다.

    99년 채권입찰제가 폐지되기 전에는 할인율이 20-30% 였지만  지금은  당시보다 금리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할인율은 훨씬 높아진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채권 할인에 따른 비용(평당 200만-300만원)이 분양가에 더해져  결과적으로 평당 1천500만-1천600만원 수준까지 분양가가 오르고 이는 당초 정부가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에서 고려했던 1천500만원선과 큰 차이가 없다.

    채권-분양가 병행입찰제에서 택지를 공급받은 업체에서 환수하던 이익을 분양자에게서 걷어간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오히려 채권을 매입하는데 목돈이 필요해 자금력이 없으면 청약을 할  수  없게 된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원가연동제를 적용한다 해도  소비자가  느끼는 실질적인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투기수요 발 못붙이나 = 전매를 계약 뒤 10년간 못하도록 한 것은  청약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년 뒤 분양전환되는 임대주택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10년이 되기 전에 주택을 팔 때에는 주택공사에서 매입하고 분양가에  물가인상분 정도만 얹어 사 주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도 없다.

    일각에서는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목소리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10년  전매제한을   밀어부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전매가 10년간 제한됨에 따라 시세  차익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10년 뒤의 시장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철저하게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판교는 입지여건 등이 뛰어나기 때문에 미분양을 우려할 수준까지  시장이 얼어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주변 시장 여파는 = 철저하게 투기수요를 배제한 판교신도시 공급방식이  분당과 용인 등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주변 집값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다.

    우선 당정이 건설물량의 10%(2천680가구)를 늘려 이를 중대형아파트로 공급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대형공급 부족의 우려를 다소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시장에 중대형공급을 늘린다는 사인을 줄 수는 있겠지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공급 규모가 너무 작다"고 말했다.

    공급방식 변경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입지여건 등 판교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닌데다 분양가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안명숙 팀장은 "그동안 주변 시장 불안에 큰 영향을 미쳤던 분양가에 큰 변화가 없어 주변 집값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완만한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소장도 "판교에 대한 로또 심리가 사라지면서 이 곳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따라서 판교가 주변시세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변지역 분양시장에는 호재가 예상된다.

    김영진 사장은 "10년간 팔 수 없는 판교에 돈을 묻어두기 보다는  주변의  일반 아파트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여 용인 등 주변 분양시장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