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때로 이성보다 본능이 앞설 때가 많다. 이 또한 자연의 법칙인데 어찌하랴. S는 전혀 예상 밖의 일에서 시작한 둘의 관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가까워지자, 차츰 주변에 소문과 함께 고민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남편이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는 많이 망설이고 있었다.
“어쩌죠? 선생님. 세상의 명분을 따지자면 분명 남편인데, 이제는 그가 없으면 못살 것 같아요.” 남편에 비해 동창은 사회적인 지위나 금전적인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세상의 이목도 이목이지만 자신이나 남편이 쌓아온 그동안의 시간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세상의 이목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몇 달을 고민하다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필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찾아왔던 것이다.
“두 사람의 속궁합(性)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거라고 봐요.”
식상(食傷:자식궁)이 얼어있는 여성은 우선 성(Sex)에 특별한 관심이 없고, 냉(冷)해서 임신도 어렵게 된다. 그래서 대개가 성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므로 일에 많은 비중을 두고 살아가게 된다. 이런 여성은 火氣가 많은 남성을 만나야 얼어있는 궁(宮)이 풀리면서 환희를 느끼게 된다. 동창은 병화(丙火)일주에 午월생으로 火氣가 충천하여 그녀의 얼어있는 궁을 녹이기에 충분했고 거기다 속궁합까지 상생으로 잘 이뤄지고 있었다.
“헤어지기 쉽지 않겠어요.” 옛부터 남자는 바람이 나도 끝내는 가정으로 돌아오지만 여자는 바람이 나면 가정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양기는 발산하므로 아무런 미련이 없는데 반해, 여자는 음기로 안으로 수장하고 끌어들이기 때문에 그 여운이 오래가서 그렇다고 한다. 그동안 잠자고 있던 그녀의 성(性)이 눈을 뜨면서,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종일 피곤하다가도 그와 함께 지새고 나면 몸이 가볍고 상쾌해요.” 그래서 그런지 일밖에 모르던 요즘의 그녀는 밤은 유일한 기다림의 낙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렇지만 사회적 규범과 육체적 본능 앞에 갈등하는 그녀를 위해 필자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또한 그녀가 판단해야 할 문제였기 때문에, 어떠한 결론도 내어 줄 수 없었다. 그래서 다만 잠재되어 있는 내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잘 관찰해 거기에 따르라고, 충고 아닌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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