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스럽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흉부외과에 많은 후배들이 지원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학문의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내 흉부외과학의 개척자인 한격부(92) 대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은 지난 30일 서울대 의과대학에 현금 5억원을 기부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 박사는 1956년 이미 40을 넘긴 나이에 스웨덴과 영국에서 흉부외과학을 연수 후 불모지인 한국 흉부외과학의 초석을 다진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아무도 반겨주지 않은 흉부외과학에 매진하면서 자신의 아호를 ‘돌을 던진다’는 뜻의 사석(捨石)으로 정한 것을 보면 오직 한길을 걷겠다는 그의 신념을 읽을 수 있다.
노환으로 지난 4월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중인 그는 흉부외과학이 의대생들에게 ‘기피 과(科)’가 되어버린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그래서 흉부외과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발전기금을 꾸준히 모아왔고 60년 지기인 주근원(87) 서울의대 명예교수와 장남 수환씨를 통해 자신의 오랜 소망을 실천했다.
이날 오후 3시 분당서울대병원 대회의실에서 왕규창 서울의대 학장,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한준구 서울의대 기조실장,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주현 교수와 안혁 교수, 주근원 명예교수, 강흥식 분당서울대병원장, 정진엽 부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달식에는 한 박사를 대신해 장남 수환씨가 현금 5억원을 전달한데 이어 분당서울대병원에도 1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의사를 전했다.
함경남도 정평 출신으로 서울의대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한격부 박사는 초대 대한흉부외과학회 회장을 지냈고 서울대 의대 교수와 부산대 교수로 재직하며 부산의대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어 국립의료원 개원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1959년부터 61년까지 국립의료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재직한 그는 서울특별시의사회장과 두차례 대한의학협회(현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의료보험제도 및 의료보험수가 제정작업 등 당시 의료계 난제를 신념으로 해결해 냈다. 스웨덴적십자공로훈장과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으며, 가족으로 2남 3녀를 두고 있다. /성남=송영규기자 blog.itimes.co.kr/ygsong
 
 사진설명- 한격부 박사(사진 앞줄 중앙)와 가족, 서울대병원 의료진들이 30일 서울대 의과대학 발전기금과 분당서울대병원 발전후원금 전달식을 가진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